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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평점 :
내 오래된 일기장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어른이 되어 보니, 그 시절이 참 예뻤더라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
어린 시절 떠올릴 때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시절, 나는 참 순수했구나
그 시절, 나는 참 예뻤구나
그 시절, 나는 참 고민이 많았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과거의 나날들을 소환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느껴져 잠깐 미소 짓는다.
더불어 마흔의 한가운데에서 즐기고 있는 어른들의 일상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싱글이라서, 아이가 없으니까, 노후가 불안할지도 몰라서, 나이를 먹고 있으니까... 등등의
어쩌면 자잘하지만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불안감이 옅어진다.
나에게 대입하자면
나는 아내 노릇, 엄마 노릇을 충분히 잘 하고 있는지,
아이가 제대로 자라 자기 몫을 다할 수 있을지,
노후를 맞으면 아프지는 않을지... 등등의 고민거리가
사실,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즐겁고 씩씩하게 살는 삶이 중요하다.
나중에 또다시 문득 돌아보았을 때
'내가 그땐 그랬지' 하며 입가에 미소 한 줌 떠올릴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른과 아이의 세계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에세이.
나는 지금 어디쯤의 위치에 있는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것에 대해 나는 여전히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예쁜 호기심.
내가 옛날 그 시절을 '어렸을 적', '젊었을 적'이라고 표현하듯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뒤돌아보았을 때
그때도 여전히 지금 이 시간을 '젊었을 적', '어렸을 적'이라고
표현하고 있겠구나 싶어 또 한 번 웃는다.
나도 작가처럼 살짝 마음이 따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