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아, 나를 꺼내 줘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10
김진나 지음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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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아, 나를 꺼내줘 
 

 

 

 


이상한 열여덟, 사춘기 소녀는 열병을 앓았습니다!
 
 
 


 
 
 
내 딸아이의 사춘기를 이해하기 위한 독서목록으로 선택한 책이다.
아주 탁월한 선택!
사춘기의 감정이 얼마나 변덕스러우운지
사춘기의 상상력과 감상, 혼자 하는 사랑, 반항의 심리 등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열여덟 살 시지에게 다가온 짝사랑,
고요하게 들끓는 내면에 대한 우아하고 투명한 응시.
시지는 엄마와 함께 나간 자리에서 엄마 친구와 그 아들 '얼'을 만난다.
 얼을 보는 순간 시지는 어릴 적 그와 몇 번 만나 놀았던 기억,
자신의 별명 '소시지'를 처음 지어냈던 일이 떠오른다.
시지는 얼과 나란히 걷고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자신이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하고, 긴장하고,
당황스런 와중에 얼의 눈부신 웃음을 신경 쓰고 있음을 깨닫는다.
얼이 새끼 거북이 카벙클(새끼 거북의 임시 치아)로 알을 깨는 사이
입에서 피가 나지만 알의 내벽을 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시지의 마음속 커다란 문이, 아무도 힘주어 밀지 않았는데, 저절로 열려버렸다.
그때부터였다. 그녀의 61일 밤과 낮의 기록이 시작된 것은.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나를, 너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까?
그 여름, 지구도 성실하게 움직이는 세계에 시지는 '누워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말 못 할 고민도 없다.
그런데 얼을 만난 이후 시지는 자기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허공에 읊조린다.
사실은 여기저기 존재하는 상상 속 얼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댄다.
복잡미묘하지만 자유롭고 반짝이는 시지의 세계.
이게 우리 청소년들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곧 연락하겠다던 열, 서촌에 함께 가자고 했던 얼,
헤어지기 전에 전화번호를 묻던 얼, 엄마와 함께 놀러 오겠다던 얼...
하지만 시지의 머릿속에 각인된 무수한 얼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시지는 '유치한 나, 게으름 피우는 나, 꿈이 없는 나, 무엇이든 꿈꾸는 나,
장점투성이인 나, 단점투성이인 나'를 얼에게 숨김없이 내보이고
그럼에도 얼이 자신을 좋아해주기를 바랐는데,
얼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엄마 친구에게서 얼이 시지를 착하고 예쁘다고 했다는 말만 전해진다.
그래서 다시 사랑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얼은 여전히 연락이 없고 시지는 얼이 그립고,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혼자 시작한 감정이 어떻게 몸집을 불려가는지,
사춘기 시절 아이들은 아주 작은 바람 한 조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남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지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이의 끊임 없는 상상의 대화가 펼쳐지는 동안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아이는 갈등의 대상이 누구인지 깨닫는 듯 깨닫지 못하는 듯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
연락이 없는 '얼', 외부세계, 자기 자신.
이 모든 게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엄청나게 주체적인 짝사랑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는 책.
사춘기 딸랑구를 잠깐 이해할 구실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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