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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괴담, 당신의 등을 스치는 서늘한 기척, 피할 수 없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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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하루,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의 서늘하고 기묘한 이야기!
분명 나밖에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 손길 때문에 오싹했던 기분 있다.
존재할 리 없는 이의 서늘한 기척이 느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때로 그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마저 잊은 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게서 자신의 실체를 전해듣곤 경악한다.
살다 보면 때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정체 불명의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에 은근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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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서늘한 기척≫에 담긴 일곱 개의 단편은
일상 공간에서 마주친 괴이한 존재가 주는 공포를 생생하게 그리고 무척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카디건>
모임이 끝나고 바에 남겨진 수수께끼의 검은 카디건에서 시작된다.
모임에 참가한 이들 중 카디건의 주인은 없었고, 바의 사장은 긴 머리의 여성을 목격했다.
모임의 일행인 줄 알았던 그녀, 그러나 그녀를 아는 이도 본 이도 없다.
오직 사장만이 그녀를 목격한 것이다.
카디건에 매료되어 그 주인을 찾아 헤매던 그녀는 결국 사나에의 집까지 찾아가고
사나에의 어머니에게서 그 카디건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라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는데...
<동거인>
집(별장)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편안해야 할 공간에 누군가 있다.
그런데 남자 주인은 그 존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찾아든 고양이 다마와 정체 불명의 남자아이.
남자아이는 다마에게 장난을 걸며 놀기까지 하고
남자 주인은 아이의 존재를 아내에게 말해주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 주인이 죽고 난 후 49재가 지난 시점에
아내의 눈에 작은 사내아이가 '나타난다'.
귀엽고 천진스럽고 활기로 가득 찬 사내아이,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 모습의...
어찌된 일인지 아내는 아이가 두렵지 않다.
급기야 아이에게 히로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등장한다.
양쪽 귀 옆으로 가지런히 늘어뜨린 검은 머리의 그녀,
그녀도 여주인과 히로와 함께 집에서 살기 시작하는데...
<곶으로>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남자의 흔적을 따라온 여자가
그가 마지막으로 묵은 펜션에서 기묘한 밤을 보내는 이야기.
<손님방>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된 주인공이 친구의 전남편의 영혼을 마주한 이야기.
<돌아오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처음 얼굴을 본 수수께끼의 남자와 계속해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
그런데 그를 보고 느끼는 사람은 나뿐.
<칠흑의 밤>
열세 살 연하의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가 계속해서 아내의 향기를 맡고 아내의 기척을 느끼다가
어느 장례식장 부근의 식당에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아내를 보는 이야기.
<행복의 집>
공원에서 만난 고독한 팔순 노인에게 자신의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22세의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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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이 서늘해진다.
귀신의 존재에 놀라는 성격이 아닌데,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섬뜩하다.
꿈에서 마신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잔의 물이 줄어 있다!
뜬금없이 찾아와 맛난 생과자를 전해주고 간 사람이 사실은 몇 년 전 죽은 사람이었다!
맛집이라고 찾아가 지인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은 몇 년 전 폐업했다!
고독한 인물을 구원하고자 말을 붙였는데 결국 그의 입을 통해 자신이 죽었음을 깨닫는다!
전설의 고향 같은 진한 섬뜩함은 없지만 밤에 읽는 것은 권하지 않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