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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평점 :
큰비,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역모를 꿈꾼 무녀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007/pimg_7918311081752823.jpg)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007/pimg_7918311081752824.jpg)
조선 숙종 14년,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무리가 있었다.
처음엔 미륵이었다. 아니, 미륵이 현신하였다는 여환이었다.
손바닥에 세 개의 점을 갖고 태어났으니 미륵이 내린 누룩이라 하였다.
배곯는 백성을 배불리 먹여줄 거라 하였다.
여환과 그를 따르는 무리는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동지로
조선의 무녀 원향을 골랐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007/pimg_7918311081752826.jpg)
유교의 예를 숭상하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서
음란하고 사악한 존재로 규정되어 추방당한 무녀들이
이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역사의 무대 앞으로 나왔다.
순수하지만 불길한 역모의 꿈,
그 꿈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거동 하나를 조심하고 입단속을 하여 불경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무녀들.
인간과 신의 경계에 선 채, 인간과 하늘을 이어주는 무녀들은
하늘과 통하는 능력 대문에 오히려 철저히 짓밟혔다.
그토록 짓밟히면서도 뭇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주고
응어리진 한을 풀어주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무녀들이었기에,
자신들을 배척하면서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을 당한 사대부들이 원하면
남몰래 찾아가 굿을 하고 한을 풀어주고 원통한 넋을 달래주어야 했다.
경기도 양주의 무당 무리가 도성에 입성하여 미륵의 세상을 맞이하려 했다는
당시의 실제 역모 사건을 모티브 삼아 구성한 작품이다.
'대우경탕(大雨傾蕩), 큰 비를 내려 도성을 휩쓸어버리겠다며
거사를 도모한 무리의 중심에 선 인물은
불가사의한 힘으로 용을 움직여 큰비를 내리게 하는 무녀 원향이었다.
열아홉 살의 황해도 만신 원향은 뜻을 같이하는 이들 중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한 열세 명과 함께 한양으로 향한다.
열두 살에 내림굿을 받고 무당으로 살아온 원향은
여환의 무리에 의해 용녀 부인으로 추대되어 거사에 합류하고
여환의 혼인에도 응해 성혼한다.
미륵과 용신의 결합으로 여환의 무리가 궐에 입성하는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으나
원향의 계획과 여환 무리의 계획은 애초부터 서로 달랐다.
여환을 중심으로 한 미륵 세계를 열고자 하는 무리는 결국
원향을 중심으로 한 무녀의 무리가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음을 눈치채는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007/pimg_7918311081752829.png)
여환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단지 그들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꼭두 놀음을 하지 않겠다는 무녀들의 이야기가
맞물려 전개된다.
거인신 미륵이 땅과 하늘을 갈라 세상을 열고
모든 것을 화평하고 조화롭게 운영하고 있었던 시절 이야기를
원향을 비롯한 무녀들이 꿈꾸는 조화로운 세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바는 같았으나 그들이 더 가치를 두는 것은 달랐으니
이로써 미륵과 석가의 다툼이 재현되었다고나 할까.
읽기가 만만치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읽고 나서 약간 허탈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