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된 소녀들
정란희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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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된 소녀들

 

 

 

 


내 이름은 나연이에요. 열세 살이구요.
나는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출신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여동생도 있어요.
그리고 아빠의 엄마인 한국 할머니와 엄마의 할머니인 필리핀 할머니가 있지요.
엄마는 필리핀 할머니에게 들은 '넬마의 비밀' 덕분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나도 넬마의 비밀이 궁금했지만
엄마는 그 비밀은 할머니만이 말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엄마가 봉사다니는 곳에서 만난 정복순 할머니 때문에
필리핀 할머니가 한국에 오시게 되었어요.
저도 '넬마의 비밀'을 들을 수 있게 된 거예요.

 

 

 

 

 


'넬마의 비밀'은 너무 슬픈 이야기였어요.
필리핀 할머니 넬마는 위안부였대요.
위안부는 교과서랑 뉴스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우리 할머니는 지금의 내 나이 때 강제로 끌려갔대요.
거기서 역시 위안부로 끌려온 정복순 할머니를 만났고요.

 

 

 

 

 

 


엄마는 필리핀 할머니와 나를 나눔의 집으로 데려갔어요.
거기에는 할머니처럼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모여 있었어요.
할머니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려는 듯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치를 떨며 털어놓았어요.
필리핀 할머니 동네에서는 엄마와 딸, 고모와 조카가 함께 끌려가기도 했대요.
상주 할머니는 밭에서 김을 매다 강제 납치되었대요.
남원 할머니는 취직시켜주겠다는 꼬임에 빠져 따라갔대요.
할머니가 반항하자 일본군이 자기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마에 대못을 박았대요.
고흥 할머니는 다짜고짜 매질을 당하며 끌려갔고
함경도 할머니는 우물에서 물을 긷다 끌려갔는데 반항하다 심하게 맞아 왼쪽 시력을 잃었대요.
그리고 복녀 할머니는 평생 악몽에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대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정말...

 

 

 

 

 


강제로 납치하고 그렇게 갖은 핍박을 벌여놓고도
일본은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지요.
할머니들은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진실을 밝히고 똑바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일본 대사관은 안에서 커튼까지 내리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들은 척도 하지 않아요.

"일본이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없다고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바로 증인입니다!"

 

 

 

 

 


할머니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친구들도 알게 되었어요.
잊지 말아요, 그냥 넘어가지 말아요.
20만 명의 나비가 된 소녀들의 아픔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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