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끼리와 춤을
페터 회 지음, 이남석.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코끼리와 춤을

 

 

 

 

 


욕심을 버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페테르, 틸테, 배스커는 코펜하겐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스에게 놀러 간다.
페테르의 부모이자 목사 부부는 라 고메라 섬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아이들에게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목사 부부를 찾기 위해 엄청난 사회 권력들이 움직인다.
피뇌섬을 총괄하는 그레노시 최고 책임자 보딜 히포포타무스,
사복 경찰로 가장한 경찰 정보국 소속 라르스와 카탕가,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신경의학자 토르킬, 아나플라비아 주교, 알렌산데르 행정 특사 등
쟁쟁한 인사들과 페테르 남매는 '부모 찾기 대모험'을 시작한다.

작은 섬에서 목사로서 살아가는 아빠와 그를 잘 보필하는 엄마가 사라졌을 뿐인데
그들의 실종이 떠들석한 사건이 되어버린 이유는 뭘까?
페테르 남매는 이 모든 소동의 이유를 코펜하겐에서 곧 열릴 세계 대종교회의에서
엄마 아빠가 뭔가 음모를 벌이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세계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행사, 달라이 라마에 교황까지 참석하는 대종교회의에서
어떤 음모를 꾸몄다 한들, 그게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페테르 남매는 엄마 아빠의 계획을 중단시키고 피뇌의 목사관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이가 자신의 욕망이나 신념으로 대변되는 코끼리를 기르고 있다.
페테르의 엄마 아빠는 '하느님이 실재한다는 것'을 신도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코끼리를 키워나간다.
그들은 설교 중에 교회 천장에서 비둘기가 내려오게 하거나 교회 문이 갑자기 열리며 빛이 들어오게 함으로써
눈앞에서 기적을 접한 신도들을 더욱 강하게 결집시키고 목사의 명성을 높여간다.
그러나 이 코끼리 때문에 그들의 사기 행각은 늘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

열네 살이지만 몸집이 왜소하고 볼품없는 소년 페테르는 자신이 특별히 잘하는 축구를 통해
자신이 세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축구에 열정적인지를 자꾸 들먹인다.
그리고 목사의 아들임에도 여러 종교의 수련법을 접하고 그에 빠져든다.
이게 다 그 스스로 코끼리를 키우는 행위임을 알지 못한 채 그는 부모의 코끼리를 걱정한다.
게다가 페테르는 누나 틸테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는 '누나 의존병'이 있다.
아마도 엄마 아빠로부터 방치된 데 대한 보상 심리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버림받은 페테르와 틸테의 불안감과 외로움, 막막함과 절박함도 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이 튀어나올까 봐 조바심 치게 되는 건 틸테 때문이었다.
틸테는 아이답지 않게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며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말발'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손을 들어 질문에 대답하게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틸테,
베르무다에게 얻은 관에 친구들을 집어넣고 임사체험을 하게 하는 틸테,
온각 영성 수련법을 섭렵해 아빠에게 신과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틸테...
그러나 그녀는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게 하고 자유로 나아가는 문을 발견하게 해주는 능력을 지녔다.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독특하다. 정상의 범주를 넘어섰다고나 할까.
사회 공동체가 갖는 믿음의 역할과 개인의 선택에 관한 철학문제 등이
종교라는 허울 속에서 벌어지는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비행을 통해 뚜렷해지는 이야기.
아이가 주인공이요 화자이지만 나는 굳이 아이에게 권하지는 않을 터.
아이들을 걱정시키는 어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웅다웅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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