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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 - 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김예신 글.그림, 박봉남 원작 / 서해문집 / 2017년 7월
평점 :
아이언 크로즈-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거대한 폐선들의 무덤, 치타공.
방글라데시 남부의 항구도시 치타공에는 거대한 선박 해체장과
맨손으로 배를 부수는 사람들, 이른바 '철의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맨몸으로 높이 25미터, 길이 3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쇳동이를 부수고, 자르고 녹여낸다.
갯벌 위에 유령처럼 서 있는 수많은 폐선박들,
코를 찌르는 기름 끓는 냄새와 연기와 폐기물로 뒤덮인 작업장.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가파르게 솟은 철판에 위태로이 붙어 해체 작업을 한다.
그들의 쩍쩍 갈라진 맨발과 쇠줄을 끌고 다녀 어깨에 깊이 팬 상처들...
그들은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서 일을 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언제 가스통이 폭발할지 모르는 곳, 언제 쇳조각이 떨어져내릴지 모르는 곳,
언제 철판에 발목이 잘려나갈지도 모르는 '산 자들의 무덤' 치타공에서.
땀과 기름이 뒤섞이고, 살과 쇠가 부딪히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타공에서
쓸모 없어진 대형 선박을 해체하는 작업은
노동자들에게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최대한의 투쟁이요,
운명을 향한 목숨 건 저항이었다!
폐유도 맨손으로 모아 깡통에 넣고, 석면도 맨 손으로 수거하는 사람들,
이들 중 20여 명의 노동자가 매년 목숨을 잃는다.
하루 1~2달러를 벌기 위해 온몸을 내던져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그들은 선하게 웃는다.
이 일은 신이 자신들에게 내려준 선물이라며.
이것이 없었다면 굶어죽었을 것이라며.
가슴이 찡해진다.
러픽, 벨랄, 악달, 알람, 모닐...
늘그막에 아들을 얻은 사람, 수줍은 미소로 장가 갔다고 고백하는 사람,
심장이 약한 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사람, 동생이나 가족을 데려와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할 나이가 안 되었기에 관리자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일하는 어린 소년들...
그들의 삶이 철사로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철까마귀들과 오버랩되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이겨내는 노동자들의 신성한 노동이 숭고해진다.
한국 영화 최초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아이언 크로즈>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작품.
작가의 겸손한 시선이 잘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