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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못말리는 펭귄이랑 인사할까요
굿이브닝, 펭귄
13년 간 숨어 있던 그놈이 깨어났다!
그래서 그놈이 나쁜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어쩌면 그놈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
자기 주인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하는 흉측하게 생긴 그놈.
ㅋㅋㅋ
(음흉하게 웃어줘야 제맛)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등등에
고개 숙인 청춘들의 성(性)스러운 자기 고백이 펼쳐진다.
처음엔 그냥 웃었어.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미안해 너의 침대 속이야
난 너를 에잇....ㅋㅋㅋㅋ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세계를 좀 세세히 접하는 느낌이랄까.
아, 어쩌면 남자들도 자신과 펭귄의 첫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다.
13살 남자아이는 자신의 발기된 성기를 처음 좁하고는 당혹해한다.
뭔가 어색하고 가벼운 현기증도 나고
오줌도 조금 마렵고 바이킹을 타는 기분...
여자아이들이 초경을 하듯 남자아이들은 사정을 함으로써
이차성징을 겪고 사춘기로 접어든다.
희한하게도 가족들은 첫 생리를 하는 딸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파티도 열어주지만
첫 사정을 한 아들에게는 냉담하고 경계한다.
이제 밖에 나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모르는 놈이 되었다는증거일 뿐이다.
아이돌 1세대 H.O.T., 삐삐, 마니또, 판치기, 플로피 디스켓...
IMF 사태, 1999년 지구종말론...
90년대 중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추억에 젖을 법한 요소들이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은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싶더니
후반부에 갑작스레 삼천포로 빠진다.
작가의 의도임이 분명하다.
성적 생활도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곤란할 뿐이라는 이야기.
입시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에게는 사랑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성년이 되자자마 기다렸다는 듯 품에 안게 된 학자금 대출,
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고,
최저 임금이 최대 임금인 기분 나쁜 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비정규직은 넘쳐나는 데다 명예롭지 못한 명예퇴직까지.
그야말로 산 넘고 바다 건너 또 산이 나오고 바다가 등장하는
어드벤쳐 액츄얼리를 끄집어내겠다고
초반에 사람 방심하게 만들었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김학찬 작가.
혹시 필명을 김핫한으로 짓고 싶지 않았을까 상상하게만드는 기발한 이야기 솜씨를 지녔다.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기발한 발상, 발랄하고 위트 있는 문장을 툭툭 던지다가 갑자기 허무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야말로 롤로코스터가 따로 없다.
아들 가진 엄마들은 한 번씩 읽어둬도 좋을 만한 책이라고 하면
나 좀 응큼한 거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