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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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모두가 그의 공작으로 생명을 얻으니

 

 

 

    

 

삶을 영위하는 이들 중 진실한 자 있으랴

 

 

    

 

 

1980년대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생존을 위해 강요받은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개인과 개인과 개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설적 운동가 최민석을 체포하기 위해

몇 개월 간 꾸준히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검거작전에 돌입한 김기준.

그러나 단 한 번의 실퍄도 없었던 우수정보요원 김기준은

최민석 체포 작전에 실패하고 자신의 이력에 오점을 남긴다.

이 일로 그는 관리자에 의해 좌천되고 그의 팀 역시 해체된다.

한 번의 실패로 시위 현장 채증 사진 촬영직으로 추락한 김기준은

그러나 최민식 뒤쫓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김기준의 레이더에 걸려든 이태주.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한 <줄리어스 시저>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애쓴다.

그의 노력이 통한 건지 그의 연극은 흥행하고

그는 대학로 연극계에서 제법 촉망받는 연출가이자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줄리어스 시저>의 대사 문제로

이 연극에 관계된 극단주 및 배우들, 그리고 연출자 이태주는

전원 검거되어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리고 추궁과 심문의 와중에

이태주는 마치 특별대우라도 받듯 별다른 가혹행위도 당하지 않고

극단주와 주연배우 구속에 상반되게 보름만에 풀려난다.

이로써 대학로에서 변절자 이태주는 고립된다.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한 김진아.

그녀는 매일매일 허드렛일도열심히 해치우고

샌드위치우먼도 자청하면서 여러 오디션에 지원하지만

결국 삼류 에로극 주연을 따냈을 뿐이다.

그녀는 연극에 대한 순수한 듯 열정적인 듯 어설픈 듯한 견해로

연극을 보러 온 이태주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태주는 진아가 모르는 남자들 앞에서

젖가슴을 까 보이는 싸구려 연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녀를 위한 연극 <엘렉트라의 변명>을 준비하고

진아는 연극을 통해 불의한 세상에 맞서려는 태주의 의도를 알아채고 기꺼이 동참한다.

 

 

 

 

 

 

 

 

그런데 기막힌 반전이 등장한다.

이 모든 삶이 결코 그들의 자발적 삶이 아니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허탈감을 느끼고 문득 두려워졌다.

내 옆에서 숨쉬고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는 사람들,

내 선한 이웃들을 과연 어떻게 쳐다봐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조작되고 공작으로 만들어진 삶이 내 이웃의 삶이 아닐 거라고,

아니 내 삶이 아닐 거라고 호언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서로가 장기판에 놓인 말처럼 훈련받고 이용당하고 있음을

감쪽같이 모른 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

그들이 제멋대로 부리고 거침없이 움직여 자신의 죄를 차곡차곡 쌓고

주말이면 교회나 성당에 나가 회개하고 죄사함을 받고는

최고로 선량한 이로, 다정한 가장으로 거듭나는 삶을 사는 관리자들.

 

나는 어디에 속한 인간인지,

내가 영위하는 자유의지에 의한 진정한 삶인지 고민해보게 만든 책.

뜻밖의 반전을 위해 치열하게 펜대를 놀렸을 작가님, 미워할 테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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