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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코뿔소를 보여주마
한국 현대사의 광기와 폭력에 상처 입은 영혼들이 집행하는 역사적 복수!
어느 날 공안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된다.
납치범은 납치 전에도 그리고 납치 후에도
장기국의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 뭔가를 암시한다.
납치범이 사용한 아이디는 카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신 하데스의 심복, 즉 저승사자다.
알몸의 장기국을 담은 엽기적인 동영상이 메일로 도착하면서
사건은 급격히 심각해진다.
베테랑 경찰 반장 두식은 범죄심리학과 교수 수연과 팀을 이뤄 사건을 파헤친다.
여기에 어린 시절 친척들로부터 학대받은 기억을 떨치지 못하는 검사 준혁과
특종 사건의 낌새를 알아챈 기자 형진이 합류한다.
수사팀이 제대로 된 단서를 잡기도 전에
납치범은 장기국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메일로 보내 수사팀을 경악하게 만든다.
뒤이어 또 다른 실종사건이 접수되는데 시사평론가인 백민찬이었다.
백민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수상한 글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죽은 자의 신이자 영혼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아누비스라는 아이디로 작성된 것이었다.
이로써 장기국과 백민찬 납치가 동일범의 소행임을 짐작한 수사팀.
사건을 조사하던 중 두 피해자가 젊은 시절 꾸며낸 시국사범 사건,
즉 샛별회와 관련된 사건임이 밝혀지는데...
진실에 다가갈수록 범인은 미궁 속에 빠진다.
수사팀의 사건 추적으로 범인의 정체가 다 드러났는데도
범인의 코빼기는 몇 년 전부터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범죄를 계획히고 실행했는지가 밝혀진다.
사건을 파헤치는 사이사이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들 모두 시국사건과 관련한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이었다.
누구는 복수를 실행하고 누구는 복수를 실행한 자를 쫓는 구조 속에서
결국 그들은 모두 동일한 아픔으로 동일한 기억으로 동일한 고통으로 엮여 있었다.
이제 세 번째 실종자가 발생한다.
그는 과연 무사히 구출될 것인가.
그런데! 내가 베테랑 형사 두식보다,
혹은 이 바닥에서 제법 알아준다는 범죄심리학 교수 수연보다
내가 좀 더 추리를 잘한 듯하다.ㅋㅋㅋ
아니, 어쩌면 그들은 범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심리가 발동했던 걸까.
“살인사건에는 시효가 있지만, 복수에는 시효가 없다.”
26년 전에 단지 사회적 이슈를 잠재우고 출세하고자 한 이들에 의해 조작된 사건,
그 틈에 발생한 고문과 죽음이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지금의 복수를 불렀다.
≪코뿔소를 보여주마≫.
강렬한 제목과 강렬한 표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납치된 이들에 대한 복수극을 예고하는 소설들로 인해
더 흥미가 유발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