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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평점 :
수잔 이펙트(Effekten af Susan)
수잔 이펙트, 수잔 효과.
주인공 수잔이 지닌 특별한 재능을 일컫는 말로,
상대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상대방은 감정적으로 무장 해제되어
자신도 모르게 속엣말을 술술 털어놓게 된다.
과학의 진보, 권력과 욕망의 실체를
파헤치는 심리 철학 스릴러!
<타임 매거진>에 ‘위대한 덴마크 가정’이라고까지 소개됐던 수잔 스벤센 가족은
인도에서 문제를 일으켜 수감됐거나 도주 중이다.
음식을 만들 때도, 자연 풍광을 감상할 때도 물리학적으로 바라보는 물리학자 수잔은
카지노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볼리우드 배우를 때려눕혀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수잔의 남편이자 유명한 음악가이고 대중에게 집중받는 걸 즐기는 라반 스벤센은
인도 부족장의 딸과 도망쳐서 마피아에게 쫓기는 중이고,
쌍둥이 중 아들 티트는 골동품 밀수 혐의로 고소당했으며,
딸 하랄은 백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승려와 사랑에 빠져 도주했다.
수감된 수잔과 가족들은 덴마크 국가 기관에 근무하는 토르킬 하인으로부터
1970년대에 젊은 인재들로 결성돼 지상낙원을 건설하려 한
‘미래위원회’ 위원들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라는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인도에서 저마다 제멋대로 굴어 문제를 일으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스벤센 가족은 태생부터 독불장군에 극도의 개인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혐의를 벗기 위해 자기중심적 태도를 버리고
마지못해 합심하여 미래위원회 위원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미래위원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칠수록
사건의 규모는 끝을 알 수 없게 확대되고
종국에는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이 정치적 음모를 파헤치는 모험의 과정에서,
수잔과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절대 믿지 않으려 했던 사랑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나아가 타인이라는 존재 발견에 이르게 된다.
이 소설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주된 내용은 수잔과 가족들이 미래위원회 위원들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마치 수십 장의 정물화처럼 묘사된다. 우리나라 소설과 차별화되는 점이랄까.
외국 소설 중 대작이라거나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에는
굳이 저런 묘사 기법이 꼭 들어가 있다.
뒤에 나올 사건들의 극대화를 위한 효과적 기법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제법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데다 살짝 지루한 느낌을 주는 기법이기도 하다.
물론 상황이나 인물의 심리 묘사가 꼼꼼하고 세밀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시각에서 풀이되는 부분은 매우 독특하고 신선하다.
물리학이나 화학을 공부하고 싶다, 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2부로 넘어오면서 사건의 전개 속도는 매우 빨라지며,
동시에 수잔 가족이 연루된 사건의 규모는 국가적,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된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치러야 하는 고투 속에서
가족 사이에 도사리고 있던 오해와 이해와 진실이 묘하게 화해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3부에서 드디어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친 수잔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
보도자료에서는 위트 넘치는 마무리라고 했지만
통쾌하다는 기분은 느낄 수 없고 인류의 미래가 저렇구나, 하는 암울한 느낌을 받았다.
수잔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식되는 캐릭터로,
독창적이고
독립적 성향인데다
불같은
감성도 지녔지만 차가운 이성과 자연과학을 더 신봉한다.
권력이나
음모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쇠지레
하나를 부적처럼 들고 다니는 그녀는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영민하고 민첩하기에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오히려 제압하는 면모를 과시한다.
읽는
동안 조바심이 들지 않고 오히려 수잔의 입장이 된 듯
맞닥뜨린
사건을 차분히 해결해 나가는 기분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