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공감의 능력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려주는 성장소설!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

윤재의 엄마와 할멈은 아이를 평범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남이 웃으면 따라 웃으라, 남이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라 등등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한다.

하지만 어떤 자극이 와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윤재,

그의 16번째 생일 날 행복한 웃음을 흘리던 가족에게 비극적 사고가 닥친다.

 

 

 

 

  

 

 

  

 

세상에 불만을 품은 자에 의해 할멈은 즉사하고 엄마는 반시체 상태로 입원한다.

할멈의 죽음과 엄마의 입원에도 불구하고 윤재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살게 돼.

사람은 살게 돼 있는 존재니까.

 

남들은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할 테지만

윤재의 생각은 다르다.

 

두려움이란 생명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윤재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긴다.

남의 심장을 돌보느라 아내의 심장병을 놓쳐 사별한 건물주 심박사.

어릴 적 부모의 손을 놓쳐 미아로 자랐고 어두운 상처와 분노를 굳이 감추지 않는 곤이.

부모의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해맑게 질주하는 소녀 도라.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윤재가 숨을 거두는 친모 앞에서 아들 노릇을 했음을 알게 된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지만

감정 표현 불능 상태인 윤재는 윤재의 괴롭힘이 전혀 괴롭지 않다.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윤재는 어쩌면 곤이의 화를 다스릴 결정적 명약이었을지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너란 놈"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기 위해 윤재 앞에서 나비를 잔인하게 죽이지만

윤재는 여전히 무감감하고 곤이는 그런 시도를 한 자신에게 더 화가 난다.

하지만 어느새 윤재와 곤이는 서로를 보듬어주는 사이가 된다.

 

 

 

 

    

 

 

도라를 만나면서 어떤 이상한 감정을 느끼는 윤재.

그 감정을 만나는 순간, 윤재는 '파도 소리'를 듣고

하늘에서 태양이 빛나고 있는데도 시야가 온통 낙엽들로 가려지는 기분을 맛본다.

 

저 멀리 도라가 서 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칼이 왼쪽으로 높이 쏠렸다.

길고 윤이 나고 하나하나가 굵은 실처럼 두꺼운 머리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렇게 세세한 묘사를 해내지 못했던 윤재였기에

그 변화의 바람을 의미한다 하겠다.

 

 

 

 

  

 

 

서로 다른 이유로 괴물이라 불리는 두 소년의 세상 살이!

작품 속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아몬드.

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주인공이지만

눈에 보이듯 구체적 이미지가 펼쳐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윤재와 곤이가 맞닥뜨린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지만

그들 모두 행복하기 위한 과정일 거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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