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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수요일에 하자
과거를 묻지 않고, 쉽게 울지 않고, 오직 무대 위로 나아가는 밴드!
2017년 대한민국을 울리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수요 밴드’가 왔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누런 액체’를 지리는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철부지 아들 기타리스트 니키타.
3개월차 노가다 잡부 긴 머리 베이시스트 배베이스(배이수).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며 위장 이혼을 한 드러머 황달(박타동).
그리고, 더 잃을 게 없는 전직 텐프로 보컬 김해진(김미선).
생계가 급해 음악을 멀리했던 사람들.
그러나 음악 없이 사는 삶이 어지간히 팍팍해 힘겨웠던 사람들.
그래서 즐겁지 않았던 사람들.
과거와의 단절을 원하듯 서로를 가명으로 불러대는 사람들.
음악 없인 하루도 살 수 없겠다 싶은 간절함을 지닌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낙원은 그러나 낙원이 아니었다.
월세가 밀렸고 보증금이 다 없어질 지경에 전기 요금 연체로 단전 통보까지 받은 상황.
낙원에 모인 여섯 주인공들이라고 여유 있는 삶이 아닌 것은 뻔한 상황.
휴대전화가 끊길 위기에 처했고 고물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신세들이었으니
그들 수요 밴드는 과연 낙원에서 살 수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이유를 주고 끊임없이 분발하게 하는 것,
바로 음악이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을 주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고민도 어느새 녹여버리는 그것.
자연스럽게 뭉치고 자연스럽게 연습을 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향하는 그들의 공통된 먹거리, 음악.
해수욕장을 홍보하는 무대에서 '쓰나미'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부르는 수요 밴드.
덕분에 공연비도 못 받게 되었지만 그들은 음악을 했기에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외쳤다.
"이런 허세 덩어리들!"
한푼이 아쉬운 판에 예술을 한답시고 저런 여유를 부리다니.
내가 달려가 돈 봉투를 전해줄 수도 없고...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해가 내일 또 떠오른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없는 내일이 돌출되는 건 아니잖은가.
설령 오늘과 다를 게 없는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를지라도 지금은 지금이었다."
어느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법한 그들의 행보가
나를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게도, 답답해하며 가슴치게도 만든다.
예술에 대한 갈망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는 수요 밴드에 대한 동경 한 자락.
그들에게는 세속적이지만 남들의 눈에는 평범한 삶을 꾸리지 못하는 수요 밴드에 대한 한숨 한 자락.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요 밴드를 떠난 김기타는 과연 행복했을까 싶은 의문 한 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