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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평점 :
미스터리 스릴러 고스트 라이터 완벽한 남편의 완벽한 거짓말을 발견한 그날
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미래지향 펴냄
'그날' 나는 거의 행복하다시피 했던 것 같다.
4년 전, 부와 명성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헬레나는 남편을 잃었다. 딸을 잃었다. 엄마를 잃었다. 내 삶은 오로지 책과 후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서른두 살, 그녀는 말기 암 진단과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동시에 받았다. 시간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 남편과 딸을 잃고 엄마와 의절한 일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그리고 죽기 전에 마지막 소설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3개월이라니. 너무 촉박하다. 결국 헬레나는 자신의 출판 에이전트인 케이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대필작가를 구하는 것.
15권의 베스트셀러를 써냈고 수백만의 팬을 지닌 헬레나. 그녀가 선택한 대필작가는 꼭 자신의 경쟁상대이자 자신이 매 작품마다 독설을 퍼붓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 여자, 마르카여야 했다. 마르카 역시 헬레나의 글에 신랄한 독설을 날려댔기에 두 사람은 독설메이트나 다름없다. 마르카는 몹시 못마땅하게도 헬레나와 비슷한 문체를 쓰고 있었고 필력이 있어 보였고 글의 기교에 있어서도 흠 잡을 데가 없는 데다 책을 써내는 속도가 빨랐고... 모옵시 중요하게도 글에 생명이 있었다. 헬레나가 쓰는 마지막 글에는 그 생명력이 꼭 필요했기에 그녀에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진실을 말했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되기에. 미스터리 스릴러 떡밥을 꾸준히 던진다.
시한부의 삶에 들어서 일초일초 시간이 소중한 판에 헬레나가 고스트 라이터로 삼고자 한 그녀에게서는 답장이 없다. 하지만 헬레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헬레나는 대면 미팅을 지시했고 그녀를 찾아온 이는, 오마이갓! 마르카 반틀리여야 하는 그 대필작가는 마크 포춘, 남자였다. 헬레나는 그의 눈앞에서 문을 세게 닫아버린다. 마크는 헬레나가 혐오하는 현관 벨로부터 벗어나 포치에 서 있다. 기다림의 싸움이 천천히 진행되었다. 빌어먹을,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지 않는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느 세월에 다른 대필작가를 알아본단 말인가.
예술가 앞에 펜과 종이를 놓는 것은 미끼를 놓는 것과 같다.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그토록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데 그 피를 종이 위에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마크는 헬레나에게 강요하는 것 없이, 그러나 불도저처럼 그녀의 삶에 스며든다. 헬레나는 에이전트에게 줄 소개글도 쓰지 않은 채 작업을 시작한다. 헬레나가 개요를 써서 마크에게 건네주면 고스트 라이터 마크는 그 글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히고 색깔을 칠해 문장을 완성해 초고를 만든다. 그러면 헬레나가 다시 고쳐 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물론 평탄하지는 않다. 헬레나는 암으로 여러 약을 복용해야 했고 입맛이 없었고 민감했고 발칵발칵 짜증이 솟구쳤으며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기에. 그리고 그녀가 여태 감추었던 비밀, 아니 진실을 완벽하게 꺼내어 보여줘야 했기에! 그런데 이 작업이 정말 3개월 안에 끝날 수 있을까? 헬레나는 계속 조급증이 인다. 새로 먹는 약은 나를 좀비로 만들고 있다.
완벽해 보였던 남편의 완벽한 거짓말을 목격한 아내는 어떤 모습일까? 더구나 그 아내는 완벽한 남편 사이먼에게는 허점투성이 아내로 비치고 있었다면? 완벽한 딸의 불성실한 엄마로 찍혔고, 이웃에는 아이를 방치하는 자격 없는 엄마로 인식되고 있었다면? 심지어 그녀를 낳은 엄마마저 자신의 딸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남자가 싫다. 그는 악랄하고 거짓말쟁이다. 사람을 교묘히 조종한다.
남편 사이먼이 소아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헬레나는 자신의 소중한 딸을 그 인간과 함께 둘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을 완벽하고 멋지며 제대로 된 교육자요 부모라고 여기는 엄마에게 진실을 알려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없다. 사이먼은 헬레나가 우연히 발견한 증거를 제대로 감추기도 전에 집에 돌아왔고 무언가를 눈치챘으며 아내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 말해도 별 상관 없어. 아무데 네 말은 안 믿을 거거든. 증거도 없고, 네 전적이 있는데 믿을 리가 없지. 우리 정신 나간 공주님. 우울증에 걸린 우리 정신 나간 공주님. 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사이먼은 헬레나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겨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절대 부서지지 않는 문이 달린 다용도실에 가두었다. 완벽하게 방음이 되는 공간. 헬레나는 그곳에 갇혔다. 두렵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억지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하지만 모든 게 뒤집어졌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헬레나를 유명하게 만든 타고난 능력! 그녀는 이 능력을 십분 발휘해 자기 인생 최고의 거짓 이야기를 꾸며냈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를 믿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이른 그 과정, 그것이 그녀가 죽기 전에 꼭 써야 할 마지막 이야기다. 이것은 그녀 최고의 글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마도 그녀를 죽일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대필작가에게 의지하게 된 헬레나. 그녀는 비로소 까칠하고 민감한 삶을 손질한다. 그녀는 사이먼과 딸아이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정말 제대로 털어놓을까? 혹시 자기보호본능이 발동한다면? 작가의 마음은 작가가 안다고 얼떨결에 대필작가로 낙점된 마크는 끝내 헬레나가 비밀을 적게 만드는데... 읽는 내내 신경이 곤두선 작가, 아니 아내와 엄마 딸의 입장이 되어버렸던 추미스 추리미스터리 소설 앨러산드라 토레의 "고스터 라이터"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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