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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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이 성장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문화창작지원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박초이 지음, 교유서가 펴냄

 

 


제목에 낚여 버렸네^^ 우리의 미래는 몽땅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다, 라는 식으로 나갈 줄 알았다. 우리의 미래는 겨우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았다, 라는 식의 공상과학소설일 줄 알았지만 제대로 펀치 한 방 맞고 말았으니!

 

 


이제 과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내 과거가 될 수 있도록.

 

 


사람 대 사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들의 마음 같으니! 그걸 신경쓰다 보면, 피곤이 폭포처럼 밀려와 내 어깨를 짓누르고 나의 알흠다운 눈밑은 다크서클로 색조화장을 한다. 박초이의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 속 주인공들도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딱히 낮은 편은 아니다.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 아니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구에게서 호출을 받는다. 미래의 장례식 때문이었다. 미래는 구가 기르던 고양이다. 아, 허탈해. 나는 허탈하지만 소설 속 나는 허탈하지 않다. 함께 있는 구와 미래를 볼 때마다 소외당하는 것 같았고 자신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미래를 좋아했다. 미래와 함께하는 동안의 나는 나도 몰랐던 모습이었다. 마음 놓고 웃는 모습. 미래가 고양이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였을까. 여튼 그랬더랬지만 구는 결국 나를 떠났고 다른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를 떠나려 했고, 미래는 죽었고 미래의 장례가 진행되었고 미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끝내 구는 그 여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랬다. 소외되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나는 그림자 같은 삶이라도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 장례식에 가서 혼자 울고 오고는 했다. 이 모든 행동은 고독과 외로움과 애정 갈구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사람과의 정겨운 대화에 굶주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오래 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굶주림, 허기를 미래를 통해 채워왔는지도 모른다. 나에 못지않게 구 역시 그러했던가 보다. 더욱이 구는 비어 있어 고독했던 자신의 옆자리에 고양이를 들이고 그 고양이를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이어갔나 보다. 누구보다 고독하고 소외되어 있었지만 반려동물은 그 고독과 소외를 구원해주는 다리였을 터. 그런 미래가 이제 죽었으니 이제 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미래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왜? 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채우려고? 혹시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땡, 틀렸다. 나는 완행열차밖에 서지 않는 아주 작은 간이역으로 가려고 결심해버렸기에! 나는 둥근 원을 돌면서 내가 원하는 진실을 시간 속에 짜밎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한 발 나아간 셈이니, 성장이라 하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소한 사실들> 속 나는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아버지는 증발해버렸고,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들을 하던 엄마는 대학 등록금과 육 개월 치 기숙사비만 던져준 채 나의 미래를 나에게 제대로 떠밀었다. 나는 아르바이틀 하던 식당의 몇 평 안되는 창고방에서 침낭을 펴고 잠들어야 하는 현실에도 감사해야 했다. 모두 나의 가난한 현실 때문이었고 이 현실은 내게 친구며 여유라는 단어, 더불어 미래를 멀어지게 했다. 나의 삶은 언제쯤 제대로 펼쳐질까?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이제야 꺼낸 것 같았다.

 


박초이 작가는 두 단편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을 통해 상실감과 고독을 그려낸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는 자신들만의 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들어올까 봐 스스로를 경계하고 주변을 경계하니 그 경계의 벽은 단단하기만 하다. 이 경계는 최초에 사회가 만들었고 타인이 만들었겠지만 결국 스스로 덧씌운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허우적대느라 거리감을 유지하려다 고립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이 경계를 허물고 나아가고자 하니, 함께 살아가고자 그들이 애써 용기낸 것만으로도 나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혼자여서 삶이 무서웠고 혼자여서 삶이 막막했으며, 혼자여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들이 세상과의 교류를 향해 뗀 발걸음을 그린 박초이의 성장소설.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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