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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 이해하는 사이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주원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김주원 사회소설 십분 이해하는 사이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십분 이해하는 사이
김주원 지음, 교유서가 펴냄
지금 위험한 영혼 둘이 학교 옥상에 있어. 봄날 오후 5층 옥상 난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너하고 나 말이야. 유년시절의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고 복수에 나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학폭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요즘, 학교폭력과 왕따와 자살 등의 이슈를 담은 김주원 작가의 사회소설 "십분 이해하는 사이"를 손에 쥐었다.
나는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몰라.
하지만 나는 이런 것도 이해라고 생각해.
옥상 난간에 올라 아래로 몸을 날리려는 너를 내가 빛의 속도로 잡고 끌어내린다. 둘 다 옥상 시멘트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나는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네가 또 뛰어내리려고 하면 내 마음은 아플 것 같아. 다행이랄까, 너는 나와 함께 저쪽 난간에서 물러나 이쪽 난간에 앉았다. 저쪽 난간에서 시방 위험한 짐승이던 우리는 이쪽 난간에서 다시 위험한 짐승이 됐어.
그런데 아뿔사, 잠깐 방심한 사이 너는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내가 다릴 꽉 붙들었지. 너 떨어지면 나까지 같이 가는 거야. 나는 이 손 안 놓을 거니까. 그리고 무심하게 말한다. 나도 봄날, 혼자 옥상에 서본 적 있어. 너와 나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 눈에는 서로만 가득 담겨 있다. 원맨쇼를 하듯 내가 옥상에 섰던 때를 재연하고 다시 난간에, 네 옆에 걸터앉는다. 그나저나 오늘 정말 찬란한 봄날이네. 근데 중요한 건 마음의 날씨 아니겠냐? 이제 반전의 시간이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는 사이네.
나는 처음부터 너 이해했으니까.
십 분 전에 만난 사이인데 십분 이해히는 사이가 되는 일. 그들의 '사'생활에서는 십분, 아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던 아이를 안다. 놀랍게도 가해자였다. 왕따 주동자. 그런데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가 미워졌다. 죄책감이 없는 아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라니! 이해 못하는 나를 더 놀랍다는 듯이 대하더니 이내 눈길을 피한다. 네가 당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라고 하니 당하는 사람이 멍청하다며 적반하장이다.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 연진은 자신의 아이가 혹시라도 무슨 일을 당하진 않을까 불안에 휩싸인다. 아마 너도 그럴까? 아니면 너처럼 주도하라고 가르칠까?
특이한 시선 처리로 마음이 더 뭉클해지는 단편소설 김주원 작가의 "십분 이해하는 사이". 십 분을 잘 넘기고 나면 너와 나 우리는 이렇게 세상에서 여전히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눈부신 봄날의 햇살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몹시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은 제발 사라지기를!
'화합과 전진'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던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 태어난 우주맨의 사연은 또 어떤가. 저 슬로건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우주맨이 초등학교 3학년 봄날, 우연히 중학교 옥상에서 처음 본 형이 육체라는 특수 죄수복을 훌훌 벗을 뻔한 일을 저지한 경험을 비롯해 인생을 반추하듯 써내려가는 자기소개서 소설 <우주맨의 우주맨에 의한 우주맨을 위한 자기소개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현실의 속살을 눈물 참고 응시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견'으로 누나 집에 얹혀 살던 우주맨은, 갑자기 사라진 영재 조카 한솔이를 구하러 출동한다. 한솔이는 무사할까? 우주맨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낼까? 정상적인 어른은 아이를 도와준단다. 절대 아이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아. 어른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해도 따라 가지 말라는 교훈이 떠오르는 단편소설이랄까, 라고 썼지만 또 다시 반전 타임이다. 한 편은 짠한 반전이, 한 편은 코믹한 반전이 사람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두 편의 단편을 담은 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 김주원의 "십분 이해하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