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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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산괴 1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MBC 라디오의 최상일 PD를 비롯해 여러 PD가 돌아가며 연출하는, 우리나라 토속민요 발굴조사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짧은 시간 마치 광고처럼 소리를 들려주고 '어느 지역에서 불린, 어떤 내용의 소리다'라는 소개가 뒤따른다. 짧은 시간밖에 들을 수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름의 향수를 자극당해서였을까. 오히려 아쉽고 더 듣고 싶어 했던 그 프로그램. 라디오랑 멀어지면서부터 듣지 못하게 됐지만 그 취지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지다.




산괴 1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펴냄​







매일 걷던 길이 갑자기 묘하게 달라 보이는 때가 있다. 달라진 것 없을 그 거리에서 긴장감이 흐른다 싶은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다. 방금 전 나와 내 주위를 스쳐간 건 과연 무엇일까. 홀린다는 게 이런 걸까. 가만히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는데도 그 찰나 어디론가 다녀온 기분, 무언가를 만나고 온 느낌... 마치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것 같다. 혹시 여우에 홀렸나!










문득 눈앞에 무언가가 스치고 그것을 좇는 형국일 때도 있다. 하지만 나 말고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오로지 나에게만 펼쳐진 순간이다. 걸음을 재촉하려는데 무언가가 뒷덜미를 잡아끄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서두르는 발걸음을 자꾸 잡아채는 느낌에 무섭기도 하다. 가위에 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 이러할까. 때로 높은 데서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가 그 쇼크로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귀신이 보인다거나 불빛이 아른댄다거나....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옛날 옛적, 산촌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밤이면 섬뜩할 정도로 어두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깊은 숲은 그야말로 짐승, 그리고 우리가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미지의 존재가 지배하는 장소 아니었을까. 인간의 나약함은 겸손과 좌절을 동시에 알아챘을 것이다. 긴긴 밤 어둠과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인간들은 지붕 아래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읊조리는 '옛날 옛날 한옛날에'는 그렇게 시작되었으리라.




일본 전역을 방랑 취재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 다나카 야스히로는 이것을 지나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흐지부지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작은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수집되기 시작했다. 그가 민화의 원석들을 발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득한 옛날,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산이 빠질 수가 없다. 불을 때기 위해 땔감을 하고,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었던 곳, 산. 우리네 삶에 그만큼 가까웠으니 그와 관련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산더미일 터.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후손에게도 '옛날 옛날 한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설화가 되어 주겠지. 누군가의 노고로 수집되어 두고두고 전해질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다나카 야스히로의 "산괴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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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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