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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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고고학자 닐 올리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윌북 펴냄





와,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퐁당!

제목에 왜 끌리고 그러냐 싶은 참에 사냥꾼이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사냥꾼이라... 김텃밭이 자주 말하곤 하던 남자들의 사냥꾼 본능 뭐 그런 걸 다룬 이야기일까, 추측해본다. 적어도 400만 년, 여러 종류의 인간이 살았다고 알려진 그 시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사냥꾼으로 살아왔으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는 사냥꾼의 소프트웨어로 구동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언제나 더 많은 것, 다른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할지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맨다. 우리는 언제나 탐색하고 사냥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가지치기를 피하지 못한 모든 고인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마주쳤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잠깐, 마주쳤다고? 이 말은 인류의 서로 다른 종이 동시대에 한곳에서 함께 살았다는 말? 다른 고인류들처럼 호모 사피엔스 또한 탐험가였고 방랑자였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중동으로, 아시아와 호주, 아메리카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왜 유럽을 코앞에 두고도 건너가지 못했을까? 아마 그곳에 이미 다른 종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는 수천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동 거리를 늘려 마침내 유럽에 입성했고 다른 종들이 선점한 것이 아닌 틈새시장을 노려 해양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해안을 따라 전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뉴브 회랑을 따라 북서쪽으로 향하던 호모 사피엔스는 우연히 네안데르탈인과 마주했을 것이다. DNA 분석 결과로 보자면, 두 종은 짝짓기를 하기도 했으며, 유럽인은 4퍼센트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천 년 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우리는 게놈 안에 그들의 메아리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기억, 지구의 기억을 좇다 보면 우리는 수십억 년 동안 지구에 살았던 수많은 생명이 남긴 존재의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보라, 책이나 편지 일기 문서 묘비명 등 문자로 적힌 이야기들은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글쓴이의 관점에 따라 쉽게 왜곡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고고학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 말이 없는 사물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무덤, 건축물, 예술품 등 공들여 제작되었거나 배치되었다가 버려졌거나 우연히 사라진 것들의 의미를 찾는다. 혹은 누군가가 일상생활 중에 남긴 무릎과 발가락이 닿았던 자리 같은 무심코 남겨진 무엇, 누구에게 보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수천 년 후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되는 무언가도 있다. 마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멈춰 섰던 360만 년 어머니의 발자국처럼. 백조 날개 깃털 위에 놓여 있는 어린이의 유골 옆에서 발견된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골처럼. 유리구슬이나 목걸이 진홍색 옷 등과 함께 발견된 8세기 소녀의 무덤처럼...





내가 지금 하는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어떤 사소한 행동이나 몸집 역시 미래의 어떤 시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발굴'될지도 모를 일. 우리는 우리가 기억될 것인지 잊힐 것인지 선택할 수 없고, 어떻게 기억될지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 것들의 의미가 예전의 그들이 아닌 나에게 달렸듯이 지금 것들의 의미는 나 아닌 미래의 다른 이들에게 달렸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가 마치 고고학자가 쓴 "데카메론" 같다는 추천사를 보자니, 이런 감상이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다. "데카메론"이라? 무슨 의미냐 들여다보자니, 으음... 그렇군. 옛사람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긴 책의 이야기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때문...이란다. 혹시 우리는 지금 위로가 필요하고 치유가 절실한가! 그리고 이러한 비유는 좀 더 감성적이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시적 갬성을 느끼게 되다니!





우리 안에 그토록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우면서도 아름답다.

먼 훗날 혹시라도 지구의 생명체가 거의 전멸할 일이 발생하고 어쩌다 살아남은 혹은 새롭게 진화한 종류의 인간이 지구 탐사를 벌이다가 무덤을 발견하면 온갖 의미가 덧씌워지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처럼 화장문화가 일반화되면 나중 인류는 거기서 무엇을 캐내야 할까. 쓸데없는 오지랖 한 자락이더라도, 나는 죽음의 순간 화장을 고수하던 내 생각을 조금 고쳐먹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죽음을 깨워주기를, 나의 흔적에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주기를! 





나는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썼다.







번화한 도시에서 지치고 좌초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 잃어버린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거기서 영혼을 치유할 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생존함으로써 자연의 시험을 통과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닐 올리버. 그의 경고는 우리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가 젖은 흙냄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맞혀보시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혹은 "코스모스" 혹은 "총균쇠" 혹은 "이기적 유전자" 같은 오라를 뿜어내는 이 책. 사냥꾼과 어부의 삶을 지나 농부로서의 삶으로 나아간 인류에 대해, 사납고 혹독한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견디며 가족을 이룬 인류의 사랑과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 추천도서다. 닐 올리버,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우리는 이제 누구와 공존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만드는 닐 올리버의 인류사, 과학과 문학적 감성이 어우러진 따뜻한 속삭임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꼭 읽어보자. 강추!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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