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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이예은의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콜센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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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민음사 펴냄
표지에 적힌 말들을 읽어본다. 대단히 / 유감이지만 / 잘 / 부탁드립니다 / 부득이하게 / 다른 / 끼쳤습니다... 콜센터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들인가?
사실 콜센터의 전화를 내가 거는 경우가 아닌 한 반길 일이 뭐 있을까 싶다. 내 친구도 콜센터에서 일했던 터라 가능하면 온갖 곳에서 걸려온 홍보 전화를 다 받곤 했다. 가끔 회의 중이라는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럼 몇 시쯤 전화를 다시 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으며 시간을 끄는 이도 있다. 이젠 제법 이골이 나 콜센터 전화는 빨리 대화를 중단하거나 아예 거절 버튼을 누른다. 요즘의 나에게 전화기 너머의 콜센터 직원들의 기분은 내게 고려대상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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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일본 여행사의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했던 이예은 저자는 콜센터를 이렇게 말한다. '각자의 이상적인 경로를 이탈한 사람들이 잠시 흘러들어왔다 나가는 웅덩이에 가까웠다.' 그녀는 520일 동안 전화와 메일과 채팅 약 1만4천 건을 업무로 담당했단다. 살면서 가장 많은 말을 했지만 정작 속 이야기는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나날. 상담원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난 후에야 그 시절의 경험을 브런치북으로 펴냈다고.
언어는 사진과 비슷하다.
지난 추억과 현재의 나를 잇는 매개체인 사진이 왜 언어와 비슷하다고 느꼈을까? '사진으로 남긴 순간만 생생하고 프레임 바깥의 다채로웠던 경험은 휘발되고 만다'는 게 저자의 답이다. 즉, 완벽하지 않은 기록에 기억이 갇히는 셈이라고 보았다. 마음을 담은 불완전한 도구라는 점에서 언어도 사진과 닮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상념이 펼쳐지는 거였어, 라는 감상은 어느새 사라진다. 이제 실제생활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황당하고 어이없고 매너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의 문의와 불만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 그나마 대면 상담자보다 나은 것은 보이지 않는 곳애서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목소리로 응대하는 점이랄까. 하지만 이런 위안은 잠시뿐, 막말과 폭언을 퍼붓는 이른바 '갑질' 고갱님은 정말 어쩔 것이냐. 단 한 시간이라도 콜센터 상담원의 자리에 앉혀놓고 똑같은 식으로 전화를 걸어 너의 갑질이 이러했다고 완전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고객을 감동시키되 전화는 최대한 빨리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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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스개로 '고급스럽지만 소박하게'라든지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 감동을 주라며 빨리 끊으라는 콜센터의 요구도 이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고객 감동이냐 빨리 끊느냐, 햄릿이 친구하자고 할 판이다.
미안하다, 사과드린다는 말은 실수를 했거나 용서를 구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콜센터의 상담원들은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기 위해서 저 말을 사용한다. '사과드립니다'라는 말은 불필요한 말싸움을 벌이느라 통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만족도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상담원 자신의 성적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아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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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휴대전화에 자주 뜨는 콜센터의 이야기일까 했는데, 나름 특수한 분야의 콜센터 이야기였다. 여행 관련한 콜센터이니 먼저 전화를 걸 일은 없겠다. 하지만 취소니 부분 취소니 환불이니 이런 문제라 예민해진 고객을 상대해야 할 테고 더 예민하게 응대해야겠지.
대단히 유감이지만, 부득이하게도,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또 이용해 주세요 등등 우리가 제법 많이 들어본 콜센터의 말들 속에서 이예은 저자의 경험이 피어나고 그에 따른 상념이 피어난다. 그런데 내가 전혀 생각 못했던 쪽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아, 콜센터의 말을 두고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니. 브런치북 대상 수상은 다 이유가 있구나.
영어도 잘해, 일본어도 제법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일본의 여행사 콜센터에서 일했던 그녀의 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 도망치는 법을 모르는 당신에게 "무리하지 마세요"라며 포기로써 기회를 얻는 법을 말하는 그녀. 헤드셋을 벗던 날을 이야기하며 던지는 "수고하십니다"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럼 저자처럼 말하며 마무리할까 한다. 나의 서평을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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