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 사는 게 불안한 우리를 위한 아주 특별한 철학 수업
김대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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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근 동양철학 대향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김대근 지음, 믹스커피 펴냄










요즘은 마치 하루하루 전쟁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하면, 정말 전쟁 중인 곳을 생각하라며 나는 비난당할까? 연애가 처음이라, 결혼이 처음이라, 엄마가 처음이라,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사회적 풍조를 타고 '정치가 처음이라'가 등장했다. 경험이 없는 이들은 대개 겸허한 자세로 배운다. 열정페이를 사회악이라고 하였으나 초보들이 학원에 가 돈을 내고 배우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생각하는 건 선을 넘는 것일까?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초보들이 겁도 없이, 앞뒤 구분도 못하고 튀어나왔다. 어느 곳에든 잘하는 사람, 전문가를 쓰면 된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대통령 후보자가 생각난다. 그분은 지금 제대로 인재를 등용하고 있는가? 정치 경험은 전무한데 젊다는 이유로 귀한 대접을 받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 아군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기 바쁘다. 이는 발상은 좋을지 모르나 방법은 그른 게 아닐까? 초보자들에게 우리의 귀한 세금이 무차별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제자백가 철학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가 있었으니, 수많은 학파와 학자 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학문을 펼쳤음이다. 그치지 않는 전쟁으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 시절, 하지만 임금이나 귀족 같은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삶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그저 권력을 유지하고 욕망을 채우는 것. 권력을 잡기 위해 어제 손을 잡고 오늘 등을 돌리고 내일 속마음을 감춘 채 공작을 벌이는 오늘날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렷다. 이에 제자백가가 나선다. 정치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지배층의 마인드를 바꿀 것, 정치로부터 완전히 떠날 것, 백성들을 위해 지배층에 맞서 싸울 것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공자 왈 맹자 왈로부터 순자, 유가, 노자, 법가가 첫 번째 방향의 집단이다. 장자는 두 번째 집단에 해당했으며 묵자가 세 번째 방향의 주자로 나섰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


공자는 사람을 대할 때면 지위를 막론하고 깍듯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인'을 강조했다. 이는 '네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고 한 임마누엘 칸트의 생각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나 혼자만 잘난 게 아니고 모두가 그러하니 모든 이를 한 인간으로서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공자의 도덕적 지침은 겸손에서 비롯된 행위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이겠다. 이는 '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있어 인격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우하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칸트의 생각과 닮은꼴이다. 인의 실천이란 결국 타인을 나와 같은 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일이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도 말라


예는 인간의 선한 마음인 '인'이 겉으로 적절하게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이로써 예는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소양이자 교양으로 자리매김한다. 인과 예가 온전히 체화되어야 욕망은 사회적 선을 넘지 않고, 말과 행동이 상대를 거스르지 않으며, 지식과 교양이 높은 수준에 오르고,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 순자는 공자의 '예'를 인의 기준이자 인의 실천으로 보았고 법가의 대표주자 한비자는 강제력을 띤 '법'으로 강화하였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곧 뉘우치게 마련이라 하였으나, 이 시대의 양심은 상황에 따라 잘잘못을 구분하려 드니 오호통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묵자는 차별 없이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는 방법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일종의 방어전쟁으로 내세웠다. 전쟁에 전쟁으로 맞선다는 묵자의 논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독일의 핵무기 개발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앞장섰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의 입장과 어떤 점이 다를까. 게다가 21세기에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러시아 측에서는 정의일까?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정당할까?









 




 






절대도 없고 상대도 없다는 역설의 진리를 내세우고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 노자의 무위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과 일맥상통한다.'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라는 묵자의 '겸애'와 상통한다. 그러나 묵자가 차별 없는 사랑을 위한 방법으로 전쟁을 택한 것은 논란거리를 던져주기 충분하다. 또한 이것은 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맹자의 각오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자연을 따르며 긍정적으로 살고자 했던 장자의 '나를 잃은 경지'에 이르는 삶은 석가모니의 그것에 비추어 어떠한가?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강조했던 순자의 부국강병은 토머스 모어의 이상향 유토피아와 어떻게 통하고 어떻게 다를까? 강력한 법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라고 외쳤던 법가의 사상은 함무라비의 법과 어떤 면에서 비교해볼 수 있을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법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던 것들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교훈을 얻는가! 꼰대들의 말씀을 무턱대고 배척할 수 없는 것은 이와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일제가 우리 국민의 자존을 꺾고 보잘것없는 민족임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고려장 이야기에서도 어른들의 인생 지혜와 교훈이 나온다. 제자백가 철학자들의 철학 역시 그러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인생사 인간사 세상만사 겪어온 경험치가 있을 터. 김대근 저자는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에서 우리에게 당부한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세상을 탓하거나 억울해하지 말고 버티며 나아가면 좋겠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여전히 혼란한 작금의 사회상황에서 우리는, 아니 나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책임감 있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멋지게 펼쳐줄 수 있겠지.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들이 있다. 김대근의 인문학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들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담자들은 하나의 철학이 어떻게 통하고 어떻게 다른지, 이는 현실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야기 나누며 세상살이의 다양한 대답을 제시한다. 우리 이전의 존재들의 고민을 통해 우리와 다음 세대의 존재에 이르기까지를 훑어보는 인문학 시간. 거인들의 너른 어깨에 올라타 멀리 보고, 깊이 보고, 따져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익혀보자.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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