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음, 그러니까 말이지. 이름이 길기도 하지, 발리 카우르 자스월이 지은 이 소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19금일까? 제목만 봐서는 19금인데. 그럼 열아홉짤밖에 안 먹은 글꽃송이는 이 소설을 읽어도 되는 걸까? 정숙한데 과부들이고 과부들인데 정숙해. 게다가 발칙하게도 야설이란 말이지. 그런데 클럽이라고? 혹시 북클럽일까? 헙! 번역가 이름은 또 뭐야. 작은미미? 엽떼요, 미미인형인가요? 알고 보니 인디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의 멤버!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 작은미미, 박원희 옮김 | 들녘 펴냄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바람을 뒤로하고 로스쿨을 자퇴한 인도 출신의 영국인 니키. 어찌 보면 MZ 세대의 표상이다. 언니처럼 항상 모범이 되고자 하거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향 사람들이 모이는 사원의 결혼 게시판에 자기소개를 걸어 결혼상대를 구하는 구닥다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질색이니까.

 

 


어쨌든 언니의 심부름(!)으로 쪽지를 붙이러 들렀던 사원 커뮤니티 센터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구해버린 니키. 그런데 그 일자리라는 게 영 수상하다. 분명 글쓰기 수업에 스토리텔링 강사인데, 수강생들이 한 명 빼고 모두 글자를 모른다! 더구나 모두 과부들이다! 살와르 카미즈를 뒤집어쓴 과부들 말이다! 글자도 모르는 과부들을 데리고 어떻게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라는 거지? 이런 의문은 넣어둬 넣어둬. 당장 글을 쓸 줄 아는 1인에게 나머지 수강생들은 입으로 글을 쓴다. 아, 그런데 정말! 입으로 쓰는 글에 수위가 어디 있으랴. 그녀의 허벅지 사이, 달콤하고 비밀스러운 그곳이 움찔거리며 심장박동처럼 고동쳤다. 참으로 훌륭한 이 종마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중략) 그녀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자극... 수상한 스토리텔링 수업은 이미 막을 올렸다!

 

 


허구와 실체의 경계는 모호한 법이라고요.

 

 

 







우리는 과부거든요. 남자랑은 더 이상 아무런 접촉도 없어요. 그건 허락되지 않아요. 자신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종속된 존재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푸념은 니키의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입술과 손가락을 거치며 어느새 바뀐다. 그녀는 더 이상 과부가 아니었다. 애정을 갈구하는 젊고 부드러운 여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순조롭기만 할 순 없지. 수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예상치 못한 곳과 예상했던 곳에서 동시에 터지고 여성수업은 존폐 위기에 놓인다. 이때 또 하나의 반전이 등장하니, 입소문이다. 엉뚱하게도 이들의 수업에 대한 소문이 쫘악 퍼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다들 얼마나 노력했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저 집에 사는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읽었을까?
그들의  인생도 바뀌었을까?

 

 


야시시하고 야리꾸리한 제목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속에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숨겨져 있다. 그 요소들을 종횡으로 엮어내는 건 바로 성장. 전통과 관습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는 성장소설이랄 수 있다. 등장하는 과부들 역시 성장을 추구한다고 말하면 감이 오시려나. 억압받고 살아온 영국 내 인도 교민 여성들은 남편과 즐겁게 지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를 궁금해한다.


자신들에게 둘러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 불을 붙이기 전에 행동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그들은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혐오와 위협에 공감하다가도 페미니즘을 둘러싸고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세대 간에도 자연스레 갈등을 드러낸다. 음란한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아니, 어쨌든 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은 드디어 행동하기로 결심하지만! 발리 카우르 자스월의 19금 아닌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과연 이 과부들, 아니 여성들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출판사 지원도서*
#정숙한과부들을위한발칙한야설클럽 #발리카우르자스월 #작은미미 #들녘 
#성장소설 #미스터리 #로맨스 #글꽃송이리뷰 #책리뷰 #북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