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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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성장기, 퀀텀 라이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는 말이 있다. 흔히 부자가 천국에 간다는 것과 엮여 쓰이는 이 말은 이제 엮이는 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갱스터가 물리학자 되기'랄까. 이 억지스러움은 가난과 폭력이 일상이던 빈민가에서 갱스터 너드로서 살았던 한 소년 제임스가 밑바닥 인생을 극복하고 마침내 물리학자로 우뚝 섬으로써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과학계에서 항공 우주국 나사의 우주과학 교육 관리자로 일했던 하킴 올루세이 이야기다.

 

 

 


퀀텀 라이프
하킴 올루세이, 조슈아 호위츠 지음 | 지웅배 옮김 | 까치 펴냄

 

 

 


나의 운명은 어느 방향으로도 펼쳐질 수 있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운명은 오른쪽 또는 왼쪽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었다.

 

 

 


제임스는 여섯 살에 배운 브리지 게임에서 카드를 유추하고 맞힐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달았다. 이 능력은 작은 가전제품과 같은 주변의 물건들 속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대체 그 물건들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그 빛나는 가전제품들 속에서 어떤 마법이 벌어지는 걸까? 제임스는 가전제품들을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했고 가끔 미처 조립해놓지 못한 부품들 때문에 엄마한테 매질을 당하곤 했다. 제임스는 매질이 무서웠지만 제품들 속 숨은 비밀에 대한 유혹을 참기 힘들었다. 그는 또 분해했고 실험했으며 매를 맞았다.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동안 겪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의 실상, 사랑과 용기로 엮인 '뛰어'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트레버 노아의 "태어난 게 범죄"를 읽으면서 느꼈던 특이한 엄마는 "퀀텀 라이프"에도 등장한다. 트레버 노아의 엄마는 남들 보기에 꼴통 같았다고 하겠지만 제임스의 엄마는 그냥 꼴통인가 싶다. 자식의 똑똑함에 자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순간일 뿐, 연애 상대를 바꿔가며 사느라 아이들에게 수많은 대디를 선물(!)한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씨다른 형제가 생긴다. 그런데 가다 보니 아빠도 그렇고 다른 가족도 그렇... 배다른 형제가 생긴다. 그 당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런 가족 구성이 유행이었나 싶은!

 

"뿌리"를 읽으며 쿤타 킨테라의 생활에 자신을 대입하던 제임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받은 교과서를 첫날 전부 읽어버리고는 지루하고 따분해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제임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낀 제임스. 지능 검사로 인정받은 천재 제임스. 하지만 아무리 뚝심 있더라도 어린 나이때부터 주어지는 삶의 환경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는 짐승 같은 놈들이 있다. 한 손으로는 악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칼을 찌르는 놈들이지.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센 놈이 되어야 했다. 아빠의 '거실 사업'을 보고 자란 제임스는 결국 문제아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만다. 능력 없는 엄마는 제임스를 친구나 친척 집으로 떠돌게 했다. 제임스는 혼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고등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만들 정도의 영재성 이면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파는 문제아적 면모가 있었다.

 

 

운 좋게도 제임스는 매년 2만 달러를 지원해줄 것이며 대학에도 보내주겠다는 해군의 제안을 받고 입대한다. 그러나 핵 스쿨에 입학하고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배 위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제한에 걸려 명예 제대하고 만다. 그나마 뛰어난 지능에 집념으로 스탠퍼드 물리학과 대학원에 들어가지만 인종차별에 맞닦뜨린 그는 소속감을 가지지 못한 채 끝내 마약에 빠진다. 길거리 마약 중독자, 크랙에 미친 약쟁이로 전락한 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한 그는 문득 생각한다. ' 밤하늘의 별들을 모두 세고 싶다'고. 그는 이름을 하킴(지혜로운) 무아타(진실을 추구하는) 올루세이(신이 행하신 일)로 바꾸고 자신의 삶을 신성하게 여기고자 한다. 이제 미래로 향하는 길을 나 스스로 구축할 때가 되었다.

 

 



 

 

 

 

 

아무리 단단한 벽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

 

 

 

어느 거리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총에 맞은 갱스터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의 삶을 떨치고 평행 우주 저편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따고 우주 망원경을 설계하는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교수로서의 삶을 이룬 갱스터 물리학자. 제대로 된 양자 터널링을 이룬 셈이다. 그의 양자역학적인 삶에 무수한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다중 우주를 넘나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광형 저자도 상응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지독하게 위험했던 시절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하킴 올루세이는 말한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라고.

 

 

모든 것이 살아 있으며 나에게 달려들거나 나를 물거나 독이 오르게 만든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삶 속에서 마약에 노출되었던 그가 과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을 놓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이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겠다. 제임스에게는 스탠퍼드에서 만난 태양물리학자 아서 워커가 특히 그러했다. 피부색과 계급이라는 사회적 기표에 의해 평가받지 않는 세상. 이것은 수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 더 많은 이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닥치는 대로 읽는 책벌레에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모조리 답하는 교수님 하킴 올루세이가 그토록 단단한 벽을 통과한 성장기 "퀀텀 라이프". 비록 그가 바르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꿈을 정하지 못하고 희망이 없다고 원망만 늘어놓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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