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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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소설집 네메시스 복수하는 여자들











죽어, 죽어. 죽어 버려. 

내 인생을 망친 악마.






외친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향한 외침인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한 수많은 선택은 모두 우리에게 결과로 돌아온다. 무척이나 평범한 진리지만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밋빛 인생을 꿈꾸지만 마냥 장밋빛 같지만은 아닌 인생. 우리, 특히 여자들은 새로운 가정을 꾸림과 동시에 원치 않아도 여러 지위를 부여받는다. 아내, 며느리, 새언니, 올케, 형수, 재수, 조카며느리며 뭐며 쭈욱 나가다가 엄마까지. 여자는 과부하에 걸린다. 갑자기 삶이 버거워진다. 남자들 역시 여러 지위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남자일 뿐이다. 그들의 지위는 이름만 다를 뿐 역할은 하나다. 여자와 다른 점이 이것이랄까.







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 지음 | 북오션 펴냄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앤솔러지 소설집 "네메시스"의 저자 이름들이 낯설지 않다. "죽이고 싶은"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한수옥 작가의 <과부하>부터 시작한다. 술술 읽힌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승연, 그녀는 숨쉬는 게 기적일 만큼 바쁘다. 아이들 키우는 건 거의 그녀의 몫, 남편은 잘 돕겠다고 하지만 방관자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시댁 행사에 빠질 수도 없다. 거기다 이번에 1학년 담임을 맡은 승연은 한 학생의 배변 실수에 자꾸 숨이 막힌다. '내 아이도 이렇게 씻겨주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육아와 일에 대한 괴리감마저 생긴다. 그런데 학생의 어머니와의 통화는 그녀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선생님은 지훈이가 옷에 똥을 쌀 동안 뭐하셨어요?"라며 따지는 학부모라니. 봉투를 가져가지 않아 차별하냐는 말까지 듣는다. 지훈의 엄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이 정도면 아동 학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승연은 지훈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지훈의 엄마가 투신하기 직전 그녀를 붙잡는데... 지훈 엄마는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간 거지?




이어지는 박소해 작가의 <네메시스> 역시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자타공인 넘버원 베이비시터 한이수는 어느 날, 면접만 봐도 면접비 백만 원을 지급한다는 재벌 집안에 갔다가 협탁 위에 놓인 액자를 보고 당황한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 바로 몇십 년 전의 한이수와 그의 딸 사진이었다. 재벌 집안의 아내이자 며느리요 한이수의 친딸은 낳은 지 얼마 안된 아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간 채 두문불출 중이다. 그녀는 왜 방으로 숨어버린 걸까? 딸아이를 방문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베이비시터로 일하기로 한 한이수는 하나의 진실에 놀라워할 새도 없이 친딸과 함께 재벌 집안의 숨겨진 비밀을 추리소설처럼 야금야금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한새마 작가의 <Mother Murder Shock>. 제목이 심상치 않다. 머더 머더라니! 역시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쇼크가 벌어진다. 누구 누구인지, 누구의 의식인지, 누가 겪는 일인지 모든 게 쇼크처럼 터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와우!




김재희 작가의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는 강동서 여성청소년과 형사 강아정과 강동구 어느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 서성민이 맞닥뜨린 위기가정 이야기다. 아, 내용 소개는 점점 짧아져야 제맛^^











눈 뜨고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죽어갔어요.

이렇게 힘들구나...





산후우울증이 이렇게 섬뜩할 줄이야. 혹자는 출산과 육아가 뭐 그리 대단한 노릇이냐고 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자들은 제발 깨우치길 바란다. 이 과정들을 경험한 여성작가들이라서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를 관장하는 여신 이름을 딴 "네메시스"라는 제목과 소재가 찰떡궁합이다. 한 손에는 사과나무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물레바퀴를 들고 있다는 율법의 여신 네메시스. 한 손에는 아이를, 한 손에는 고달픔을 부둥켜 안은 세상의 김지영들의 심리가 팩트폭격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게 잘 드러나 있는 미스터리 앤솔러지 소설집. 여성작가 4인의 "네메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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