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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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부블리츠 후더닛, 네 이름은 어디에

 

 

 

 


 

 

 

 

지금부터 불과 몇 주 후 세상 사람들은 온통 내 이야기를 하게 되지. 그때 이 도시는 나에게 전혀 낯선 이름을 붙여주게 돼. 한동안 내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밝은세상 펴냄

 

 

 

 

이제 막 열여덟 살 성인이 된 앨리스 리는 꿈을 안고 뉴욕에 도착했다. 앨리스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머물렀던 도시, 이곳에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 독립적인 삶을 살기로 했다. 꿈을 펼치기에 뉴욕만큼 멋진 도시가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사실, 앨리스가 선택한 뉴욕은 도피처였다. 자신이 안전한지를 탐색하기 위해, 그녀의 안전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그 사람한테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지만 내 뼈는 슬픔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으니까. 더는 외롭거나 슬프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그 심정을 곱게 포장해 도망친 곳이 뉴욕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묻지마살인의 피해자였다.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숫자로 표현한 서른여섯 살이라는 나이를 낯설고 어색해하는 루비 존스. 멜버른을 떠나 뉴욕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보드카로 뉴욕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처음으로 아침을 맞이하면서 구입해야 할 물건 목록을 만든 루비는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일순 평화로웠다. 사실, 루비가 도착한 뉴욕은 도피처였다. 나 같은 여자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아? 잘못된 관계였지만 자신의 안전만이 중요했던, 그녀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보았을까 싶게 자기 생각만 하는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묻지마살인의 제보자였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난 떠날 준비가 됐어. 그리고 일이 생겼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자리에서 출발해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셈인가요? 서로 다른 입장에 놓였지만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강간 후 살해당한 피해자와 시신이 된 피해자를 발견한 제보자. 누군가의 꿈을 빼앗은 묻지마살인으로 공유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을 향힌다. 가해자는 어디 있는 거야?

 

 

 

 

살인자들은 우리를 죽이고도 계속 살아가고 있어.

 

 

 

 

 

 

 

 

뉴욕이라는 도시가 나를 위로해주고, 노래해주고, 놀라게 해주고 있어. (중략)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뉴욕에 와서 행복하다는 거야. (중략) 나는 여전히 나의 미래가 내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

앨리스와 루비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해 뉴욕에 왔지만 오게 된 이유를 따져보면 결국 같은 목적으로 온 셈이다. 무자비한 리얼리티 쇼가 매일 열리는 곳 뉴욕에서 앨리스와 루비는 진짜로 주인공이 되었다. 비극적이게도. 고작 몇 시간 사이에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긴 세상은 언제나 몇 시간 만에 바뀌는 법이지만. 피해자는 이제 제인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특정한 누군가를 닮지 않은 동사에 모두를 닮은 그녀였기에. 그리고 두 사람은 하나의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범인은 도대체 그런 짓을 왜 했을까?

 

 

 

언뜻 보기에 고통과 쾌락은 같을 수 있지.

 

 

 

 

 

 

 

우리 모두는 얼마나 죽음과 가까이 있을까?

이제 루비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제인이라고 불리는 소녀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열병처럼 깃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실종된 엄청난 숫자의 사람 중에서 제인이 주목받은 이유는 나이가 어리고, 얼굴이 예쁘고, 머리카락이 금발이고, 백인이었기 때문이라니. 루비는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까마득히 묻혀버린 이야기, 어느 누구도 불러주지 않은 이름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제인은, 떠도는 리버사이드 제인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고 싶고 제대로 기억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름을 찾은 순간 문제는 시작되었다. 앨리스 리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진실은 스스로  큰 소리를 내지 않아.  

때로 진실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기도 하지.

 

 

 

 

앨리스는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는다. 그 질문의 답을 루비가 찾아내주길 바란다. 나는 왜 살해당해야만 한 걸까? 아니, 그 남자는 원래부터 나를 죽일 운명이었을까? 그런데 나는 왜 임시로 얻은 이름마저 관심에서 멀어졌을까? 왜 살인자, 그 약탈자의 삶이 주목받는 걸까? 그 해답을 찾아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앨리스? 루비? 어쟀든 이건 그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간절한 사랑과영혼식 접촉이 시도되고 지켜보고 느끼는 추리소설. 아,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겠다. 재클린 부블리츠는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죽은 자와 죽은 자를 발견한 산 자의 이야기에 초점을맞춘 후더닛 소설 '네 이름은 어디에"에서 여자들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계속 경고한다. 두 여자의 이야기는 두 개의 초점에서 시작되지만 머침내 하나로 얽힌다. 마치 라이카 카메라의 작동원리처럼.

 

 

 

여자들은 철로 만들어졌으니까.

남자들은 여자들을 건드리면 꺾이는 꽃인 줄 알아.

여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하는 소리지.

 

 

 

여자를 얕보고 깔아뭉개고 정복할 대상으로 삼았던 남자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여자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오늘도 일상을 살아가는 저 살인자. 영웅심리에 취한 자는 바다가 언젠가는 진실을 토해내듯 눈 깜짝할 새 실수하는 법. 거리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는 소설이라는 클레어 매킨토시의 추천사가 오히려 가볍게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을 대변하는 슬프지만 단단한 이야기. 재클린 부블리츠의 "네 이름은 어디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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