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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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가치를 찾는 우화소설 산산조각

 


 

 

 

 

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시공사 펴냄

 

우리에겐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들 말한다. 예컨대 낙산사의 범종각에는 동종이 있다. 동종은 먼동이 트는 새벽 타종함으로써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오랜 세월 후 낙산사에 의상대가 지어졌다. 동종은 의상대가 지어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500년 동안 타종의 행위를 통해 받았던 고통을 내려놓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하지만 주지 스님은 쉬고 싶다는 동종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종이 종소리를 내지 못하면 종이 아니다, 라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이내 동종은 자신보다 귀히 여김받는 의상대의 소나무에 뿔이 나 자신의 본연의 종소리를 잃고 만다. 희망과 평화의 종소리는 사라지고 분노의 종소리만 날 뿐이었다. 동종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지도 몰랐다.

 

우리는 각자의 몫대로 쓰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정호승 시인이 쓴 우화소설이라니, 과연 주인공들로 무엇이 등장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주인공들을 만났다. 이솝우화에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우화를 너무 간단하게 여긴 탓일까. 여튼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 중 기타 사물이 주를 이룰 가능성을 예상 못했더랬다. 세상을 떠날 때 입는 수의, 네팔 룸비니에서 온 빼빼 마른 부처님, 나무로 태어나 산사의 대들보나 목불이 되고 싶었지만 장작이 된 참나무, 걸레가 된 팬티 등등 이력도 다양한 온갖 것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자신이 처한 뜻밖의 상황에서 거의 비슷한 의문을 가진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살아가는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산다는 건 견딘다는 것 아니겠니. 내 삶은 포기하기 위해 주어진 게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주어진 거야. 너도 나도 견뎌야 해.

상처 없는 삶은 없고, 고통 없는 삶은 없어. 상처를 스승으로 삼고 고통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순탄하지 않은 삶의 여정에서 그들은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그리고 왠지 교과서적인 답들이 던져진다.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가질 찰라, 역시 인류가 살아온 역사 속에서 생성된 가치는 옳을 수밖에 없음을 퍼뜩 깨닫는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우리 삶의 일부분을 지탱해주고 있었음이다. 사랑과 희생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내가 네모난 수박이지만 수박으로서의 맛과 향기만은 잃지 않듯이,

여러분들도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가치만은 결코 잃지 마세요.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이 무슨 선문답 같은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참으로 소중한 가르침이다 싶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나락으로 가라앉은 순간에도 삶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는 가르침.

어려서부터 배워왔던 모든 도덕성이 "산산조각"의 열일곱 개 이야기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지금 누리는 행복은 누군가의 또는 무언가의 희생에서 비롯된 자비 덕분이라는 것.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인내하고 견디고 버티는 자세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랑하고 희생하는 자세에 대해,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스스로의 가치와 쓰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정호승의 우화소설 "산산조각"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산산조각 #정호승 #시공사 #가치 #깨달음 #인생 #우화소설 #어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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