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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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장의사의 추적 소설 잊힐 권리 #도와줘 나를 지워 줘

 

 

 

 

 

 

 

 

 

 

나를 지워줘
이담 지음, 다른 펴냄


 





2019년 2월경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 및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n번방 사건'이다. 25세 조주빈이 '박사' 라는 닉네임으로 텔레그램에서 개설 및 운영했던 불법 음란물 생성 및 유포 목적의 단체 채팅방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사방' 사건이다. 2022년 현재 n번방, 박사방 일당 중 14명의 형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역시 대한민국! 남자들의 범죄는 공분만 사고 사그라들기 일쑤인 것 같다.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받은 형량이 겨우 2년도 되지 않아 허탈했던 기억이...! 나도 냄비근성 있구나 싶게 대선 등등의 이슈로 잊고 지내다가 다시 그 시절 기사들을 훑어본다. 그리고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의 객원기자였던 이담 저자의 청소년소설 "나를 지워줘"에서 불법 촬영물의 늪에 빠진 사람들을 매주한다. 피해자의 입장에 함께 절망하고 뻔뻔한 가해자의 의식에 격노한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
아무도 못 알아보게 성형이라도 하고 싶어.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과 쌍둥이 여동생을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열일곱살의 모리는 멋모르고 봤던 불법 촬영물과 그걸 접한 사람들의 반응에 놀랍고 분노한다. 모리는 불법 촬영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장의사로 활동하지만 미성년자인 데다가 피해자의 불법촬영물을 재유포한다는 누명을 쓰기까지 한다. 모리가 디지털장의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겨우 알바 수준을 면하지 못하는 모리가 수사대상에까지 오르다니? 결국 모리는 자신이 운영하던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 사이트를 폐쇄하고 디지털장의사를 그만둔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의 친구 리온이 모리를 찾아온다. 리온은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톱10에 진출한 1인이자 학교의 스타. '그런데 리온이 왜 나를?' 모리는 리온으로부터 뜻밖의 의뢰를 받는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관한 소문과 딥페이크 영상을 지워달라는 것이었다. 모리는 디지털장의사를 그만두었다며 이를 거절하지만 마침 그가 속해 있는 8반의 남학생 단톡방에 리온의 불법 촬영물이 올라온다. 세상에! 영상이 유포되자 리온은 자살 기도를 하고, 모리는 죄책감에 휩쓸린다. 고민하던 모리는 친구를 위해 가해자를 쫓는 위험한 추적에 나서기로 결심하는데...

 


원래 남자한테 성욕은 자연스러운 거거든.

 

 

 

 

 



얼마나 자주 들었던 말인가. 남자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여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가르침이 여지껏 우리의 사회분위기였다. 그에 걸맞게도 남자들의 성범죄는 물방망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고 여자들의 각종 범죄는 2주도 넘게 사회면의 메인을 장식한다.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라고 넘기기엔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핸드폰이며 컴퓨터가 자연스러운 일상인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그저 전원만 켜면, 버튼만 누르면 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 범죄에 접근하고 노출되는 것도 그만큼 쉽다. 잘못된 생각에 갇혀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지닌 가해자의 뻔뻔한 자기합리화에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좌절감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합류하고 방관하고 살인자가 된다. 가해자들의 의식을 너그럽게 이해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다 우리 역시 제2의 가해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문득 아이의 핸드폰에서 발견한 톡방 때문에 고민하던 친구가 떠오른다. 이 톡방을 과연 모른 척해야 하는 건지, 따져봐야 하는 건지. 결론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웠던 순간인가. 디지털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벌어진 착잡한 일, 잊힐 권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청소년 소설. 이담 저자의 "나를 지워 줘"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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