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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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독서 에세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전안나 지음, 가디언 펴냄







"네 잘못이 아니야!"

얼마 전 읽은 책에서도 '내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걸까? 

'굴레'에 대해 생각해본다. 굴레... 왜 우리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것은 우리가 맘대로 벗어내기엔 너무 벅찬 일종의 속박인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날의 폭력을 견뎌야 하는 부조리. 그렇게 살아내야 했던 스물일곱까지의 나날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치유되기가 힘들었던 그녀, 전안나가 읊조린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되어 살아 봐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낮은 자존감을 가진 채 살아왔던 저자는 그냥 쭉 우울했고, 슬펐고, 울었고, 불행했다. 죽음을 노래하는 우울한 음악을 들었고, 죽음을 말하는 우울한 시에 마음을 주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녀는 지옥에서 살고 있었고 벗어나지 못했으며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슬펐기에, 매일 죽어버리라는 양어머니의 저주를 들었기에 죽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공업용 커터로 손목을 그은 순간 피부에 염증이 일어 간지럽기 시작했다. 칼에 묻어 있던 공업용 기름 때문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의 모순이 그녀를 살려냈다. 죽으려는 정신과 살려는 육체의 이율배반성에 그녀는 허지원 작가의 책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속 문구를 꺼내든다.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마라. 그냥 사는 거다.'









하지만 상처란 치유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살짝 베인 상처도 아물기까지는 오래 걸리고 아문 후에도 진통이 느껴지는데, 하물며 오랜 시간 지속된 폭력에 노출되어 새겨진 상처라면 어떻겠는가. 소독약을 발라도 소독해낼 수 없고 연고를 발라도 낫지 않는다. 벌어진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바로 연이어 쏟아지는 학대는 마치 상처에 물을 묻히고 소금을 뿌려 헤집는 것과 다를 바 아니었겠다.








어린 전안나를, 아니 김주영을 학대했던 양어머니는 늘 화내고 협박하고 때리면서도 자신은 나이도 많고 아픈 곳도 많은 환자이니 자신을 보호하고 부양하라고 명령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를 하니 저자는 순진하게도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그런 스스르를 저자는 혐오하며 살았다. 자신의 나약함은 모든 것에 우선해 혐오스러웠다. 사실, 이는 상처를 입은 자신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덧씌우는 감정일 뿐이었지만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한 자는 그렇게 자해하게 마련 아닐까 싶다. 이제 저자는 변하기로 한다. 김주영에서 벗어나 전안나가 되기로 한다. 자신의 실수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무마하며 용서한다. 정해신 작가의 "그런 당신이 옳다"를 읽는다.




모든 가족에게는 가족만의 비밀이 있다.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가족을 이루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는 건 오로지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잘못이 없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음에도,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굳이 낳아서 아프고 슬픈 삶을 살게 하는 것! 이런 잘못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많이 저질러지고 있는가. 전안나 저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부모에게 자신을 태어나게 한 손해를 물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의 독서 에세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읽은 나로서는 저 심정에 공감이 백만 개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슬픔을 소설이 아닌 독서 에세이라는 장르로 순화시켜 세상에 내보낸 그녀. 그녀의 심정이 왜 충분히 이해가 되는 건지...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라는 저자에게 이제 그런 궁금증은 버려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고아, 무적자, 입양아, 아동 학대 피해자로 어린 시절을 살아냈던 저자가 참혹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읽었던 책들로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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