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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평점 :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잠을 자던 중 설핏 깨어 옆으로 돌아누우려는데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옆에서 무언가 나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온다. 얼굴을 본 듯했다. 분명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난 담담하게 읊조렸다. 흥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기에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저리 비켜봐!" 나는 소리내어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소리가 밖으로 나가긴 했을까? 가위 눌린 상태로 몸을 크게 움직였다. 사실 움직인 게 아니었겠지? 일단은 일어나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속삭이듯 말했다. 난 누구에게 속삭인 걸까?
재미있고 무섭고 유쾌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순간, 그 순간들이 문제였다. 아키타케 사라다의 호러 미스터리소설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속 주인공들 모두 기이한 경험을 한다. 정체 불명의 이상한 존재와 맞닥뜨리는 것, 목숨을 위협당하는 순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의 구사일생. 그들의 모든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게 해준 그녀 마쓰리비가 있다. 그녀는 과연 구원자일까?
나는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인간이다.
하나 그건 버릇일 뿐 마음까지 아래를 향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문제에 뛰어드는 짓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수학교사 사카구치, 그는 어느 날 인적이 끊긴 학교 구관에서 나무 바닥판을 뒤집는 '그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마쓰리비가 말해준 기이한 존재, 그것에게서 간신히 벗어난다. 사카구치는 논리, 도덕, 자연의 섭리, 운명, 교사가 되기 전부터 소중히 여기고 순응하며 살아온 그 모든 것을 전부 내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으로써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생길 것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어느 날 문득 과거로 왔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현실은 꿈이나 망상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과연 그의 의지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을까.
매일 밤 지네의 모습을 한 거대 생물체와 맞닥뜨리는 소년 아사이. 집안의 후계자가 겪는다는 묘한 풍습에 노출된 아이, '벌레'가 붙는 아이다. 그가 늑간신경통을 앓기 시작할 즈음 놈이 나타났다. 팔뚝만큼 큰 몸에 많은 발을 지닌 그것은 니지리무스다. 조금씩 다가오는 벌레 때문에 밤잠을 설치던 그는 사촌누나의 충고대로 벌레와 신경전을 벌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등굣길에 만난 미쓰리비는 오히려 벌레와 정면승부를 권하는데...
놀이터에서 놀다가 새 원피스를 찢어먹은 이토카와는 저녁이 되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옷을 상하게 했다며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결국 기이한 존재가 이 틈을 파고든다. 원피스를 새것으로 복원해주는 대신 10년 후 그 대가를 받으러 오겠다는 것이다. 어린 이토카와는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누군가가 시게토라에게 대가를 치르는 것을 목격하고는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말한다. 누구 맘대로? 결국 이토카와는 이유 있는 두려움에 빠져 친구도 사귀지 않고 지내는데... 이것들이 다 뭐야!
제가 불행을 부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요, 지금 여기서.
마쓰리비가 태어난 후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마물의 표적이 되었다는 마쓰리비의 오빠는 부적이라며 동생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서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오빠는 결국 죽었다. 마쓰리비는 그 당시를 늘 후회하며 살아간다. 무언가 방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네 사람이 한 자리에서 위기에 놓인 순간, 마쓰리비는 속내를 털어놓고 만다. 자신이 사실은 운 나쁜 일을 가져오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오빠가 죽은 지 4년째 되는 해, 아이는 문득 오빠가 남긴 메시지의 의미를 깨닫는다. 오빠를 되살릴 기회가 있다는 것을!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밤,축제의 밤. 정말 그런 날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오빠는 정말 마물의 표적이었을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 아키타케 사라다의 호러미스터리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단편 모음집인가 싶게 한 편씩 진행된다 싶더니 어느 순간 뭉쳐 하나를 이룬다. 마냥 괴담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멀찌감치 날아가버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한 공포는 기본, 거기에 슬프고 따뜻하고 한편 고귀한 가족애가 흐른다. 언젠가 인류가 미지와 신비를 몰아낼지도 모른다. 해명되는 순간 신비성은 빛을 잃는다. 강렬한 신이 마구잡이로 나오는 공포호러도 아닌데 책장을 쉴 새 없이 넘긴 미스터리 공포 소설. 아키타케 사라다의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역시 대상김이군!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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