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귀신요괴전 1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괴하고 요상한 이야기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글항아리 펴냄






어렸을 적 <전설의 고향>을 벌벌 떨며 보던 기억이 있다. 산발한 머리 혹은 단정히 빗어 넘겨 쪽지거나 댕기 묶은 머리, 하얀 소복 혹은 피가 묻었거나 흙에 뒹군 듯한 옷차림, 때로는 머리가 없고 때로는 팔이 없고 때로는 발이 없던 어쩔 땐 걷지도 뛰지도 않고 그저 스르르 미끄러지듯 공간이동을 하던 그 존재들. 갑작스레 눈길을 돌리며 클로즈업되던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 이불 속을 파고들고 괜히 언니 오빠한테 화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상도 하지, 그렇게 무서웠던 존재들은 나를 자꾸 강한 척하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놀이공원에 가서도 귀신체험관에서는 뻐기듯 제일 앞서 걸었고 갑자기 튀어나온 물체에 당황해놓고도 온통 껌껌한 덕분에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하나도 놀라지 않은 듯 다른 이들을 놀리기까지 했더랬다. 그랬지만 역시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무서운 거 싫어함'이라고 적어놓았을 정도로 난 무서운 거 못 견뎌하고 공포영화도 안 보고 기괴한 소설은 되도록 거르는 편이다. 그런데 귀신 요괴전을 집어들다니! 글꽃송이 네가 정녕...








"청나라 귀신 요괴전"의 원서가 "자불어(子不語)"라 하니 이것이 무엇인고? 자는 공자요 불어는 프랑스어가 아니고 말하지 않았다, 라는 의미이니, 공자가 말하지 않았다란다. 이 자불어 뒤에 생략된 말이 괴력난신, 즉 괴상하고 폭력적이며 난잡한 사건과 귀신 이야기란다. 그러니 청나라 시인이었던 원매가 지은 "자불어괴력난신"은 공자가 말씀하지 않은 귀신 이야기를 모은 책이로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주야장천 배워온 것 중 하나가 바로 '권선징악'이다. 실제로 어렸을 적부터 선한 것은 흥하고 악한 것은 망한다, 라는 명제를 의심할 바 없이 살아왔으나 이만큼 살고 보니 이 권선징악이 꼭 들어맞는 것만도 아님을 알고 말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이 자신들 입맛에 맞게 노느라 인간들을 괴롭히는 것이며, 열심히 피땀 흘려 인생을 살아냈으나 이미 가진 자들에 의해 한순간에 농락당하고 삶을 부정당하는 일들이 한둘이었던가. 게다가 술수가 통하는 세상이요 하얀 것은 검게 물들고 검은 것은 고고히 빛나기까지 한다.










원매의 "청나라 귀신요괴전"에도 이러한 사연, 아니 사건들이 등장한다. 머리가 셋이나 다섯 달린 요괴며 발이 없는 귀신이며 한곳에 붙박이로 숨어 있다가 새로 온 사람들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망령도 있고 때론 산 사람의 몸을 빌려 복수를 이루려 들기도 한다.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던 이들은 뜻밖의 것에 홀려 스스로 자진을 하기도 하고, 죄를 짓고도 버젓이 아무 가책 없이 살아가던 이들은 담력 센 누군가의 활약으로 죄가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한다.


귀신 이야기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아름다운 여자 귀신 아니던가. 미모의 귀신에게 홀려 부부의 연을 맺는 남자도 있고, 곧 숨이 끊어질 여인의 육신을 빌려서 환생을 꿈꾸는 귀신도 있다. 성급한 성미를 참지 못하고 오해를 해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러한 많은 사건과 사고가 귀신에 휘둘리는 인간들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슬플 순 없다...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흔들리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서둘러 2권으로 넘어간다. 2권이 더 재밌다고 하신 분, 믿고 갑니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