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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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대가들의 릴레이 괴담 경연 "쾌: 젓가락 괴담 경연"



쾌: 젓가락 괴담 경연

마쓰다 신조, 쉐시쓰, 예터우쯔, 샤오샹선, 찬호께이 지음 | 이현아, 김다미 옮김 | 김영사 펴냄

사실, 공포영화 안 본다. 아니, 못 본다. 내가 공포영화를 보다가 하도 화들짝거리면서 놀라니까 뒷좌석, 옆좌석, 앞좌석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짜증을 냈다. 왜 나만 무섭지? 특히 소리에 민감한지 그 공포를 배가시키는 큰 소리만 나면 아주 그냥... 아이가 <해리포터> 영화를 보다가 울었던 게 생각난다. 아, 그래! 너 내 딸이구나!

그런데 꿈속에서 살해당하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치만 그치만, 공포소설은 읽는다. 자주 읽거나 찾아서 읽지는 않지만 눈에 띄면 또 잡게 되는 게 공포소설이다. 물론 읽으면서도 이해 못하는 부분 많다. 왜 사람들은 공포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걸까? 이 모든 게 인간의 호기심, 나약함, 그리고... 이유 모를 끌림 때문일까?

3개국에서 활동 중인 미스터리의 대가들 5인이 '젓가락'을 두고 괴담 경연을 벌인다. 일본 미쓰다 신조의 〈젓가락님〉, 타이완 쉐시쓰의 〈산호 뼈〉, 홍콩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타이완 샤오샹선의 〈악어 꿈〉, 그리고 이 책을 선뜻 집어들게 만든 홍콩 찬호께이의 〈해시노어〉까지 총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미스터리 공포스릴러 "쾌: 젓가락 괴담".

저주는 가짜일지 몰라도 저주를 건 사람의 악의는 진짜잖아요?

인간의 악의보다 더 무서운 건 없어요.

밥 위에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똑바로 꽂아 세우는 건 제의식에서 볼 수 있는 행위다. 그러니까 그 밥을 귀신에게 바친다는 의미겠다. 마쓰다 신조는 <젓가락님>에서 그 행위를 이용해 괴담을 펼친다. 하루에 한 번 84일 동안 매일같이 야생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밥에 똑바로 꽂으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아니 젓가락님이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괴담. 이런 괴담을 믿고 몸소 시도하는 이가 있으니 도시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괴담이 계속 유지되는 걸까?

단편들의 경연이니 여기서 끝나나 싶었는데 <젓가락님>의 이야기는 쉐시쓰의 <산호 뼈>로 이어진다. 아이는 마치 피가 출렁이는 것 같은 색깔의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목걸이로 꿰어 몸에 지니고 다닌다. 가정의 불화를 견디느라 산호 젓가락을 떼놓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친구는 자신이 그 아이를 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친구의 결심은 나중에 어떤 일로 번질까?

뒤이어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서 등장한 귀신신부. 아, 혼수상태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은 대체 무슨 일을 경험한 걸까?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예상치 못하게 제일 흥미롭게 읽어버렸다. 이 귀신신부며 산호젓가락은 뒤의 작품들, 그러니까 샤오샹선의 <악어 꿈>이나 찬호께이의 <해시노어>에도 쭈욱 등장하며 릴레이의 진수를 뽐낸다. 샤오샹선은 아예 소설에 등장한다. 젓가락과 관련된 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소설을 쓰는 다국적 소설 기획에 참여한 네 번째 주자로서 말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찬호께이는 앞선 네 편의 이야기를 모두 보듬는 모양새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모험적이고 SF적 요소가 있으나 분량이 많아 긴장감은 약간 떨어진다. 그리고 요... 순... 우... 아하하, 모두 인간이 아니라니! 역사학자들이 화내면 어쩌지^^




나는 '신'이란 우리의 바람을 반영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생존 방식이 있죠. 저는 이대로도 좋습니다.

정말요? 직접 하지만 않으면 살인이 아닌 거예요?

신의 흔적은 고독한 체험이라 공유할 수도, 증명할 수도, 재현할 수도 없어.

그것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신의 흔적을 직접 대면한 사람뿐이야.

도시전설을 대하는 이들의 갖가지 마음가짐이 드러나 나는 어느 쪽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는 괴담 릴레이 "쾌: 젓가락 괴담 경연". 젓가락을 주제로 마치 하나의 이야기인 듯 엮어 나가는 작가들의 공조작업에 박수를 보낸다. 아, 그런데 왜 내 왼쪽 팔이 간지러운 거지? 혹시 붉은색 물고기 모양의 흔적이라도 생기려는 걸까? 안돼 안돼~ 읽는 건 재미있으나 체험하고 싶지는 않은 괴담. 공포를 즐기는 건 남의 몫으로 양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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