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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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청춘 성장소설 노르웨이의 숲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펴냄




이름만으로도 출간하는 책마다 흥행 보증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제야 처음 만났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하루키 월드의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꼽힌다는 "노르웨이의 숲"이다. 책의 표지가 매우 단순하면서도 오묘하다. 빨강과 초록, 이건 어떤 의미일까. 혹시 빨강은 피 혹은 죽음? 초록은 숲 또는 평화 아니면 추억? 무엇이 되었든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체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 이 느낌을 어떻게 말해야 하지?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




비틀즈의 <노르웨이산 가구>에서 제목을 차용했다고 밝힌 "노르웨이의 숲"은, 성인이 되기 전 주인공 와타나베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여러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다룬 일종의 청춘소설,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열여덟 해가 지난 후 여러 추억을 회상한다.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기즈키와 그 여자친구 나오코와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기즈키는 갑작스럽게 자살을 택하고 이로써 와타나베는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세상에 살게 된다. 대학에 들어간 후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우연히 마주치고, 두 사람은 기즈키와의 추억을 매개로 한 묘한 관계로 이어진다. 그때는 사랑이었겠다. 훗날 생각해보자면 기즈키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만큼 일종의 책임감은 아니었을까 싶은 관계다. 이후 요양원에 들어간 나오코로 인해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룸메이트 레이코와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어느 날 와타나베는 같은 강의를 듣는 미도리와 말을 튼다. 그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그녀에게 어느새 빠져들지만 미도리는 애인도 있고 본능에도 충실한 만만치않은 여자. 미도리에게 조금씩 휘둘리면서도 와타나베는 여전히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고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을 방문하고 추억을 공유한다. 나오코는 요양원에서의 삶에 적응한 듯, 언뜻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 둘만이 알 수 있는 연민은 와타나베에게 애정으로 착각하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와타나베는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깨닫지만 나오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 결국 그는 마치 여러 번 탐독했던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처럼, 아니 그 주인공과는 약간 결이 다르게 새로운 사람들에게 늘 애정을 '바친다'.








물 흐르듯 읽어갈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일본의 고도성장시기 청춘의 고뇌를 와타나베의 무덤덤한 말투, 그가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 그리고 그를 에워싼 여러 죽음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성장통을 톡톡히 겪으며 성인이 된 와타나베가 18년이 지난 후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 안에서 울려퍼진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자신의 청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노르웨이의 숲". 일본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는 건 오직 독자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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