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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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으로 호명되어야 할 예술가들









완전한 이름

권근영 지음, 아트북스 펴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는 1999년까지 음대와 미대의 남녀 입학생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 여학생들이 너무 많이 지원한다는 이유에서였단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때론 억울하고, 때론 외로운 삶이었을 것이다.


 


마녀, 미친년으로 불리던 이들이 있다. 역사에서 치워지기까지 한 이들이 있다. 오랜 세월 외면받은 그들, 존재감 없고 추방당하기도 한 그들은 그러나 결국 그 와중에 살아남아 그림을 남기고 이름을 남겼으니 모두 여자들이다. 여자들, 완전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인류의 반쪽들.


 

남녀차별의 대표적 기관으로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꼽힌다.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재능 있는 인재들의 집합소'라는 수식어를 내세웠던 바우하우스는 그러나 여성 입학생이 남성 입학생을 넘어서자 학교의 신뢰도를 우려했고 여성들을 금속이나 가구 혹은 건축이 아닌 직조 공방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날개를 펼친 여성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남자들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학교에 실질적 수익을 남겨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때마침 벌어진 전쟁으로 바우하우스의 이상은 그저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100년 전, 한일합병 후 9년이 지난 조선땅을 여행했던 스코틀랜드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결혼식 날의 신부를 그리고는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라고 썼다. 이 그림이 탄생한 배경에서 보이는 가부장적 문화는 사실 지금도 정도가 약해졌을 뿐 지속되고 있음에 한숨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한국 여자들이 빨래하고 다듬이질하는 모습에서 백의민족의 문화를 찾아냈고, 타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빨래하는 모습을 호기심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키스의 그림 <원산>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뚫고 머리에 한 가득 나뭇짐을 인 여성이 보인다.


 





여자들,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다!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던 권근영 저자는 기자를 하면서 만난 미술가들, 대학과 미술관 강의 때 만난 사람들, 취재 활동으로 만난 세계 곳곳의 명작들을 "완전한 이름"에 녹여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그림 철학자 노은님의 작품들이나 자개장을 수집하는 취미에서 결국 '자개 그림'을 그리기에 이른 화가 정직성의 작품들은 이름도 작품들도 낯설지만 썩 맘에 들고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 우리에게 제법 알려진 작가들이 작품들이 등장한다. 인상파의 여성 멤버인 베르트 모리조라든지 천경자 화백이라든지, 신문 광고란에 공개 결혼 청첩장을 올려 세상 떠들썩한 결혼식을 올린 조선의 알파걸 나혜석이라든지... 그리고 잘 몰랐던 사람들의 이름도 불린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화가 자신이 되고자 분투한 파울라 모더존베커, 정치감각은 뛰어났으나 작품도 후계자도 남기지 못한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라는(아, 이러지 말랬는데) 버네사 벨, 최초의 추상화가였으나 이름 대신 ‘먼저 온 미래’라 불린 힐마 아프 클린트...


 

저자는 기자로서의 삶에 문득 덧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녀들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힘겨운 삶을 이겨낸 그녀들의 삶과 작품에서 저자 자신의 정체성을 느꼈을까. 기자이자 한 사람의 여성으로 연구하고 취재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 남자 예술가들이나 직업인 앞에는 붙지 않는 '남'이라든지 '남류'라는 어색한 수식어에 비해 정당한 이름 앞에 붙는 '여'라든지 '여류'라든지 하는 익숙하지만 불필요한 호칭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게 만든 에세이 "완전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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