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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개정판 ㅣ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마이클 코넬리 서스펜스 추리 고전, 시인
시인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두 작가가 있다. 마이클 코넬리와 스티븐 킹이다. 두 사람의 미스터리스릴러는 마치 이미 완성된 영화인 것처럼 영상으로 피어나 활자를 따라 살아 움직인다.
이번에 만난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 리커버리판 역시 그러했다. 멋지다. 구구절절 긴장감 최고! 스티븐 킹의 말마따나 "미스터리스릴러 추리소설의 고전 대접을 받을 만"하다.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기도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_니체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구절이 살인 현장에 남겨졌다. 무심코 넘어갈 만한 일이었으나 무심코 넘기지 않은 이가 있었다. 이번에 자살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형사 션의 쌍둥이 동생이자 언론계 종사자 잭 매커보이였다. 잭은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를 주로 다루어왔으나 그 기사의 대상이 자신의 형이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일은 끝내 벌어졌다. 자신이 담당했던 여대생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자를 만나러 나갔다는 션은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 자살을 벌였다고 추정되었고 끔찍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잭의 눈에 무언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 사건은 우울증을 앓는 강력범죄 담당 형사의 자살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자살의 증거로 보여진 션의 유서는 끝내 잭에게 사건을 파헤치는 계기가 된다. 아리송한 문구 한 줄,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구였다.
운율도 이유도 없는 시인의 살인!
이렇게 일이 돌고 도는 거야.
자기 삶이... 파괴된 그 순간에 고착돼 있는 거지.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또 다른 경찰관 자살사건에서도 포의 시가 발견됐다는 것을 알아낸 잭은, 이것이 자살을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소행임을 눈치챈다. 그는 이미 발생한 몇 건의 자살 사건을 추려 퍼즐을 맞춰나가다가 그 사건들이 일련의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엽기적인 성범죄, 예컨대 아이의 손가락이 두 개만 남은 채 사라진 살인사건이라든지, 신체 중 목만 남은 사건이라든지, 신체가 두 동강 난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라든지 등등의 끔찍한 범죄를 담당한 형사들의 스트레스성 자살이라는 것이었다. 잭은 FBI에 이 사실을 알리고 수사와 관련한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데 동참하기에 이른다.
결국 쫓고 쫓기는 중에 줄다리기의 한쪽 끝을 놓치고 마는 범인. 그는 폭주하고 모든 사건은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이것은 꼬리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맨 앞과 맨 끝에 되풀이되는 잭의 저 말, 자신이 죽음 담당이며, 죽음이 자기 생업의 기반이라는 말은 왠지 슬프면서도 듬직하다.
이런 종류의 살인범은 자기가 저지른 일이 텔레비전과 신문에 나는 걸 보고 만족감을 느껴요. 사건을 저지를 때의 환상을 다시 경험한다고나 할까. 범인들은 그렇게 언론에 집착하는 동시에 자기를 뒤쫓는 사람들에게도 집착해요.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 된다.
이건 당신 사건이니까, 끝까지 버텨요. 정부기관을 믿지는 말아요. 당신이 가진 정보만 이용한 뒤에 당신을 개똥처럼 길가에 내버릴 테니.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 것인가? 자신의 비밀을 지켜준 형을 잃은 주인공의 죄책감과 집착이 시인이 꼬아둔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까? 하지만 그는 힘없는 일개 시민. 자신이 사냥감으로 찍혔음을, 죽음을 맞닥뜨린 순간에야 퍼즐을 맞춘 그는 다시 한번 읊조린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 마치 시인처럼.
마지막까지 범인을 눈치채기 힘든 ‘후더닛whodunnit’ 소설의 모범? 미안하다. 눈치챘다. 내가 알아챈 것과는 상관없이 "시인"은 정말 재밌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막 달려 끝내버린 건 안 비밀. 앤서니상, 딜리즈상 수상작인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 잔인한 미끼 살인과 그 뒤에 숨은 은밀한 '위장 살인'까지, 기이한 범죄행각의 진실 파헤치기에 동참해보자!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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