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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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몰랐던 또 하나의 세상!


이런 구분이 있다고는 나도 몰랐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다 '농아'라고만 생각했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화로 생활을 하는 '농인', 조금이라도 들리는 '경도난청자', 어느 시점까지는 들렸던 경험이 있는 '중도실청자'가 있고 그들 모두 사용하는 언어도 사고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볼 이유도 없었달까.

 

그러고 보니 문득 지하철역에서 만났던 후천적 시각장애자가 떠올랐다. 바로 앞에 떨어진 물건의 위치를 찾지 못해 스틱을 놀리다가 멍하니 서 있던 그분을 지켜보던 나는 그 짧은 순간 엄청나게 멍설였더랬다. 장애우가 원치 않는 도움을 주는 건 배려가 아니라 실례라고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결국 물건을 집어 드리니 그분은 자신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삶이 아직 낯설고 불편하다고 말하며 살짝 웃어 보였다. 도착한 열차를 그냥 떠나 보내고 다음 열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10분 정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벌써 7년도 더 넘은 일이던가. 여튼 그때도 여전히 성숙하지 못했던 탓이었는지 나는 그분께 지금 눈의 상태를 설명해달라 했고 그분은 딱 한 마디만 했다. "깜깜하죠!"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톨이였던 그 방에!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와 형제 모두가 듣지 못하는 농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였다. 아라이가 넘어져 울어도 듣지 못하는 엄마는 혼자서 계속 길을 갔고 큰 비가 내려 집 지붕에 부딪혀도 그 소리는 아라이만 들을 수 있었다. 아라이에게는 이런 환경이 불행이었지만 그가 훗날 만난 많은 농인에게는 정말 다행이게도 그는 농인의 입장에서의 수화 통역을 진행한다. 이를테면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인 "데프 보이스"에 등장했던 '묵비권'이라든지 이번 "용의 귀를 너에게"에 등장하는 '부작용' 같은 조합된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는 일 말이다. 이처럼 용어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는 아라이를 농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상한 듯 쳐다본다. 사실 청인들에게는 이런 일이 농인들에게 얼마나 답답함을 일으키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인들은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지'라고 말할 정도라니!

 

그리고 이러저러한 모든 이유로 아라이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 농인과 결혼한 형이 낳은 아이도 농아였다. 아라이는 혹시 자신의 아이도 농인일까 두려웠다. 어쩌면 지금 동거 중인 여자친구와 그녀의 아이 미와는 아라이의 아이가 농아라면 수화를 배워 소통할 사람들이었다. 단지 아라이는 그 아이가 느낄지도 모를 소외감이 걱정이다. 일찍이 아라이 자신이 느꼈던 그 외로움 말이다.

 

 

 

 

 


나는 강해. 지금 나는 말이야. 나는, 용의 귀를 가지고 있어.


이런 걱정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아라이에게 법정 통역 의뢰가 들어온다. 40대 농인이 피고인인 강도 사건이었다. 사건의 개요를 훑던 아라이는 피고인이 취조 당시 형사와 검사의 유도와 강요에 의한 자백이었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것이 과연 '말'일까요?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어떤 음을 내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발성한 음의 연속을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언어가 상대에게 전해질 때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수월하게 해결되는가 싶은 사건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마음을 파로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사건도 있다. 아라이는 미와의 학교 친구이자 등교를 겁하고 있는 소년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치게 된다.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말을 할 수는 없는 함묵증으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에이치는 적극적으로 수화를 배워나갔고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목격한 일을 아라이에게 털어놓는데... 살인사건이었다! 과연 에이치는 무엇을 본 것일까? 말하지 못하는 그의 '증언'은 과연 인정될까?

 

농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마류야마 마사키의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용의 귀를 너에게"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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