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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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 불안한 사람들

 

 

 


우리의 심장은 비누와 같아서 손에 잘 쥐어지지 않는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금세 표류하고 사랑에 빠지고 상처를 받는다.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직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불안한 사람들, 그들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나가 여럿이 되고 그 여럿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모든 사태가 이렇게 시작됐다.
그랬다. 딱 하나의 지독하게 한심한 발상,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느 날 아침 어느 도시에 사는 어느 39세의 주민이 권총을 손에 쥐고 집을 나섰다. 은행 강도를 하려 했으나 은행 강도라 할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 하필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이 매물로 나온 어느 아파트였고 사람들이 있었고 얼떨결에 권총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고 그렇게 해서 결국 인질극이 되어버렸다. 경찰이 건물을 에워쌌고 기자들이 출동했고 사건이 TV에 보도됐다. 결국 은행 강도는 항복했고 인질 여덟 명, 그러니까 부동산 중개업자와 잠재 고객 전원이 풀려났다. 그런데... 은행 강도는 어디 있는 거지?


 

 

 

 


 

인생을 실수로 끝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직접 뛰어내리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

어디 높은 꼭대기로 올라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너무 간단했다. 처음에는 이쪽 발을, 다음에는 저쪽 발을 떼기만 하면 끝이었다.



자전거 도둑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지만 현금 없는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나타났고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질로 잡히는 인질극이 벌어졌다. 게다가 끝내 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고 인질들이 풀려난 아파트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렇다면 은행 강도는 자살한 걸까?

 

풀려난 인질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다만, 이 조사 정말 조사인 건 맞는 건지. 하나같이 경찰에게 개긴다. 농담 따먹기라도 하듯, 아니 시비라도 걸듯 인질들은 모두 경찰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성실하지 못한 자세를 보이며 경찰을 당혹하게 한다. 출산을 앞둔 스톡홀름 커플도, 은퇴한 DIY 리모델링 부부도, 어느 순간 존재감 희미해진 부동산 중개업자도, 책을 매개로 불륜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아흔 살 노파에 토끼 꼬리 복장을 한 남자, 그리고 도도하기 그지없는 은행 간부까지. 그랬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사람들이었고 하나같이 어설프기도 했으며 하나같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며 겁나지 않은 척해야 했다. 대안이 계속 등장하면 절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지.

그중 10년 전 어느 사건에 연관된 은행 간부는 비단 경찰에게만 삐딱하게 구는 게 아니다. 심리 상담을 받고자 찾아간 곳에서 의사 선생에게도 속마음을 터놓지 않은 채 빙빙 돌린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그 어느 날, 10년 전 그 어느 날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모른 채 빙빙 겉돈다. 그 모든 사태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부모로서 제일 끔찍한 게 뭔지 아니? 최악의 순간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는 거야. 백만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공원에서 아이가 그네에 머리를 맞았을 때 핸드폰을 들여다본 부모로 영원히 낙인히 찍히지. 며칠 동안 아이한테서 눈을 뗀 적이 없어도 문자 메시지 하나 확인한 순간 그동안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없던 일이 돼. 부모는 항상 실수에 의해 규정이 되지.




 


소설책에 스티키 이렇게 많이 붙여본 건 처음인 듯. 이것도 그나마 두 번째에 고개 안 끄덕인 부분은 정리해 떼낸 것이다. "오베라는 남자"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프레드릭 베크만. 개인적으로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을 읽고 참 좋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소설 역시 참 좋다! 어떻게? 음... 그냥 좋다^^
어떤 10대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뭔지, 사건 전에도 후에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몸만 커버린 채 미처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어른스럽게 굴어야 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오해하고 거짓말하고 난폭해지지만 결국 그건 사랑의 방편이었던가. 하지만 인생은 원래 뜻밖의 일들로 가득한 법이다. 프레드릭 베크만식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성장소설 "불안한 사람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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