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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평점 :
심선혜, 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629/pimg_7918311083000051.jpg)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 사회도 암환자에게는 그냥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자꾸 깍두기 시킨다.
그런데 인생이 꼭 살아만 있다고 해서 재밌는 건 아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걸 목표로 살지 않으니까.
암환자라는 공식 판정을 받은 후 항암을 하는 동안 짐짓 씩씩하게 굴던 심선혜 저자. 그녀는 어느 날 진료를 기다리다가 문득 병원 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완치 판정을 받고 7년이 지난 유방암 환자였다. 어쩌다 할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 저자는 자신이 씩씩하게 살려고 하는 것을 주변에서는 무조건 괜찮은 걸로 아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할머니는 그녀에게 말한다. 그럼 지금부터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고 나를 돌보라고. 내가 막내딸이라고 생각하고, 내 아이보다 나를 더 먼저 돌봐주라고. 그리고 절대 주변 사람들한테 괜찮다고 하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그녀는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나를 막내딸처럼 돌보자.
나는 엄마를 미워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잘나서 척척 해내는 줄 알고 살았던 저자는 자존심도 세서 누구한테 도와 달라는 말도 잘 못 했던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게 쿨하다고 여겼고 남편에게도 엄마에게도 늘 내 힘으로 이만큼 해냈다고 뽐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항암을 처음 받던 날, 저자는 문득 깨닫는다. 병원에 함께 가면서도 대신 아팠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 항암제 쇼크 반응으로 하혈에 복통으로 괴로워하는 딸을 위해 대신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라는 걸.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서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자신은 누가 봐도 도움을 받아 마땅한 처지가 되었음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꼭 폐를 끼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도움받지 않으려 했던 것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외롭게 만들었음을. 결국 모든 건 겪어 봐야 안다고 했던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를 깨달음들이었다. 언제 죽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사는 동안은 모두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주인인 삶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629/pimg_7918311083000052.png)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면 좋은 말도 곱게 듣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장미꽃을 받아도 향기를 맡지 못하는 것과 같다. 꽃을 보는 대신 가시를 움켜쥐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란다. 이는 암에 걸린 지인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음이다. 같은 말을 함께 들어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가 감기에만 걸려도 그러지 않던가. 그들에겐 여유가 없고 고통스럽고 모든 일에 짜증이 난다. 심선혜 저자 역시 그랬다. 언론사 기자였던 저자는 서른두 살에 혈액암 진단을 받았고 2년 반 동안 항암 치료를 마쳤다. 그녀는 슬픔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할 때 글쓰기를 시작했다. 혼자 울고 웃고 불고 아무 말이나 쏟아낼 수 있는 대나무 숲 같은 블로그는 저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흔히 암 환자에게 쓸모없고 근거 없는 희망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혹시라도 내 곁의 누군가가 힘든 일을 겪는다면 나는 제대로 위로를 건넬 줄이나 알까? '건강한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아파도 자신을 계속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를 한 번 더 반성하게 한다. 작은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상처받지 않는 위로와 배려의 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심선혜 저자의 암 경험담 에세이 "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다.
리딩투데이 영부인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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