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남주 여성서사 소설집, 우리가 쓴 것

 

 

 

 

 


진짜는 이렇게 아름답고 풍부하구나.

"82년생 김지영". 너무 유명한 소설이라는 거부감 때문인지 사실 구입만 해둔 채 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편견에 휘둘리게 될까 봐, 아니 이미 편견에 사로잡혀 버렸기에, 라는 어쭙잖은 변명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을 읽고 나니 이제 김지영의 책장을 넘길 때가 되었구나 싶다. 읽지 않았어도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버렸던 김지영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쓴 것"에는 다양한 연령의 여성, 여든 살 노인부터 열세 살 초등학생까지의 그녀들이 겪는 삶의 경험 속에 82년생 김지영도 녹아 있겠지. 한창 자기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러 김지영이 다양한 삶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순간이라 하겠다.

 

 

 

확률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다만 용기를 줄 뿐이다.


한 치 앞의 일도 모르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인생, 그 앞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의 일이고 우주의 선택이다. 그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동안 따져왔던 확률이 아니라 용기다. 용기. 무사히 발걸음을 내딛고 무언가에 부딪혀도 다시 돌아올 힘을 낼 용기.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준비하는 것,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눈물이 멈췄다. 그러고 나니 인생이 달라졌다. 달라질 뻔했던 것이 달라지지 않는 방향으로 달라졌다. 이제 남은 시간을 생각할 시간이다.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큰언니를 지켜보는 막내인 나는 언니들의 죽음을 통해 나 자신의 죽음을 인식한다. 언니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와 닮은 모습으로 내 앞에 있었던 사람이기에 그녀의 모습이 어쩌면 나의 미래일 것임에도 그저 참으로 담담하게 바라본다. 가끔 감정이입이 넘치는 나로서는 차라리 막내의 그러한 시선에 가슴이 저린다. 할머니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손주의 마음에 나도 엄마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싫다고, 그냥 살아만 계시면 좋겠다고 동조한다. <매화나무 아래>
남편이 죽고 난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의 삶도 뜻밖이다. 죽 잘 맞는 단짝인 것처럼 쏘쿨~한 관계. 딸아이와의 관계에 대비되어 더 빛나 보여 오히려 자매애가 느껴질 지경이다. <오로라의 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적 도촬에 관련한 문제와 이를 대하는 삼대의 시각 차이, 아니 세대 차이를 다룬 소설도 있다. 얼마 전 터진 공군 사건 때문에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를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자아이는 자라서>
특히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듯한 자전적 성격의 <오기>는 소재나 주제를 떠나 괜히 흥미롭다. 왠지 조남주 작가의 일면을 들여다본 기분이랄까^^
가부장적 아버지의 가출로 엉겁결에 자유를 얻어버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가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가장 바쁘게 일하는 미스 김이 결국 회사 내에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마는 이야기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오래 사귄 남자 친구의 가스라이팅에 잠겨 있던 여성이 공개하는 고발문이자 이별통보서인 <현남 오빠에게>, 코로나19 시국에 싹터버린 첫사랑의 설렘과 행복 그리고 이별을 다룬 <첫사랑 2020>까지. 총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조남주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 내가 겪었고 겪는 중이며 겪어 나갈 다양한 여성의 삶이 녹아 있는 여성 서사 속에서 나는 과거의 꿈도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반성하며 미래의 나를 준비한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우리가쓴것 #조남주 #민음사 #0판1쇄 #미리뷰어 #여성서사 #페미니즘 #미투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신간살롱 #글꽃송이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