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장 보델 외 지음, 김찬자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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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주는 짧은 이야기,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하느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끝내시니까 저녁에 우는 자가 아침에 웃게 되는 거죠.


미안해, 사실 파블리오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지 뭐야.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이라기에 프랑스 중세에 살았던 파블리오라는 작가의 단편집, 이 정도로 생각했단 말이지. 그런데 이게 뭐람. 파블리오가 그게 아니라고?
파블리오는 12~13세기 중세 프랑스에서 유행한 8음절 시구로 구성된 '웃음을 주는' 짧은 이야기. 14세기 초엽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 현존하는 파블리오 택스트들은 그 연대가 정확하지 않고 또한 작가들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미상이라 좀 더 상세하고 명확한 기원, 발전, 소멸을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하네.
이 파블리오는 대개 떠돌이 성직자나 기사, 광대, 음유 시인들에 의해 지어지고 전파되었고 보는데, 내용 자체가 내겐 좀 충격적이었어. 등장하는 사제들 모두 피터 스완슨의 도서 제목을 빌려서 규정하고 싶지 뭐야. "죽어 마땅한 사람들" 같으니! (나도 글로써 사람을 죽이는구나ㅜ.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며, 천성을 거부하는 사람은 상식도 대책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한 후로 셰이프시프터에 대한 믿음과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뒤로 '사제'라는 셰이프시프터들이 탄생한 걸까. 하나같이 부정적인 모습들이야. 마치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않은 자'는 사제가 될 수 없기라도 한 듯 성스러운 모습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저 난폭하고 상스러운 파렴치한들. 남편 있는 여인을 돈으로 꾀어내려는 호색한들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교활하고 악랄한 모습들로만 등장한다니까. 결국 이 파블리오라는 건 현실에 대한 비아냥이었을까.
사제들이 휘두르는 부와 권력과 지위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어둠으로 끌어당기는 유혹의 수단으로 안성맞춤. 거기에 응답이라도 하듯 혹은 돈에 끌려서든 욕망에 불타서든 남편이나 주인을 배신하고 사제와 정을 통하고 몸을 섞고 육체적 난장파티. 곤봉에 맞아 돼지처럼 죽어 나가는 사제들과 그 시체 처리반들의 우왕좌왕 대소동은 아주 그냥 신성 모독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해. 혹시 이거, 인간 본성인가!
이런 파블리오가 거리나 장터 같은 공공 장소뿐만 아니라 부유한 평민의 저택에서도 낭송되곤 했다니, 그것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평민부터 귀족까지 각계각층이 듣고 즐긴 문학이자 공연이었다고 하니 그 자체로서의 의미는 존중해줄 만 한 듯.

 

 

 

 


프랑스의 시인 장 보델이 파블리오의 대표주자로 이름 붙어 있는데 사실 작가에 관해 검색하다 포기. 자료가 별로 없네.
여튼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속 파블리오들에 보이는 현실은 나에겐 암담하기만 하더라고. 현실을 잊고 실존의 불행을 잊게 하는 장르라니! 삶에 대한 즐거움을 주는 장르라니! 이러한 소개는 인정하긴 싫지만, 이 파블리오들 덕분에 그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는 건 인정!
마치 전기수라도 된 것처럼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에 대해 맛깔나게 이야기하고, 아니 쓰고 싶었는데 내 실력이 이만큼밖에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뭐.
암튼 권선징악도 없고 나쁜놈 착한놈의 구별도 별로 없는 풍자문학 파블리오가 궁금하다면, 당연히 펼쳐보아야 할 책. 내용에 상관없이 책 속에 들어 있는 강렬한 색감의 그림은 또 보는 맛이 좋은 책. 인간의 심리에 대해 어쩌면 이보다 진솔한 책은 없겠다는 생각도 드는 책. 만일 소설을 쓰고 싶다면 꼬옥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책임엔 분명해. 이 책 최고의 교훈은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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