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봄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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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가 요한의 목을 자른 것처럼, 거짓의 봄







후루타 덴이 누구지? 20세기 미스터리 거장 엘러리 퀸처럼 콤비 작가 유닛이라니, 일단 색다른 기분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이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심리들, 지나칠 수 없다. 반전 같은 심리를 반영이라도 하듯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렌티큘러 커버로 꾸며진 "거짓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는 내가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를 유괴해 모처에 감금해두었다.
나는 어금니를 꾹 깨물고 귀를 틀어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고양이가 아니다. 내 상상 속에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그런 무참한 죽음을 맞이할 상대는 고양이가 아니다.

_<봉인된 빨강>


고령의 남성들을 타깃으로 사기를 시작한 지 이제 곧 2년째가 된다. 사기 수법은 결혼 사기, 혹은 꽃뱀이라고 해야 할까.
도화지와 함께 하루토를 꼭 안아 주고 싶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내가 조금 더 하루토 옆에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_<거짓의 봄>


나는 도둑이디. 이제 와서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리 없고 그런다고 전과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멋진 행동을 해 보자.
_<이름 없는 장미>


내 목소리는 싹싹하고 활기차다. 그러나 아래로 숙인 얼굴은 가면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는 노예가 되어 여름과 가을, 겨울을 견뎠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너 따위 필요 없다며 내 인생에서 쫓아내고 싶었다. 약점만 잡히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걔가 그 사건을 잊게 할 수 있을까. 걔가 죽어 준다면.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에 화들짝 놀라 그릇을 든 손을 헛짚고 말았다.
_<낯선 친구>


에밀리는 틀림없이 죽었다. 아이스티에 섞인 독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 간 것이다. 안경을 벗어 셔츠로 렌즈를 닦았다. 언제부터 생긴 버릇인지 냉정하게 뭔가를 떠올릴 때마다 늘 이렇게 한다.
실제로 나는 정신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가즈사가 마지막으로 지은 미소가 눈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추악한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기도 했다.
_<살로메의 유언>



다섯 편의 미스터리 연작 모두가 범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범인들을 옹호하겠다는 건가?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모두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음을. 전직 경찰관 가노 라이타다. 실실거리면서 선 자세 하나에서도 진지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경찰 가노, 하지만 예리한 눈썰미를 갖췄고 놀라운 추리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그는 동네 파출소 순경.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그에게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작은 파출소에 머문다. 왜일까?


여자아이를 유괴하고도 그 몸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로 '좋은 기모노를 먼저 찾고 싶었다'는 진술을 남긴 범인(<봉인된 빨강>). 절도를 인정하고 자수하는 순간에도 가난한 옆집 아이에게 줄 선물을 챙기는 범인(<거짓의 봄>). 절도라는 씨앗에서 거짓말이라는 싹을 틔우고 매스미디어에 의해 피어난 허구의 꽃을 소중히 피워내고 싶었던 전직 도둑(<이름 없는 장미>). 싸이코, 그리고 천재의 범주를 줄타기하는 예술가들의 광기가 탄생시킨 최고 걸작과 반전(<낯선 친구>). 살로메가 요한의 목을 자른 것처럼 자신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랑스럽고도 증오스러운 팔을 제물로 삼은 천재의 아들의 범죄와 반전(<살로메의 유언>).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점점 밝혀지는 가노의 과거. 그의 활약상은 후속작 '가노 라이타' 시리즈를 통해 더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후루타 덴 콤비는 일단 오래갈 예정이겠다. 봄이 왔다 싶었는데 꽃샘추위가 연일 마음을 꽁꽁 얼린다. 나에게도 찾아온 거짓의 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거짓의 봄"은 일단 끝을 맺는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거짓의 봄"은 일단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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