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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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되고 싶어, 인간에 맞지 않는​

 

 

 

 


모두가 나를 부정해.
말씀하시는 대로, 쓰레기입니다. 바보입니다. 폐품입니다. 그래서, 언제 폐기할 건가요?

 

 

몇 해 전 난데없이 기이한 병이 발생했다.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형태의 무엇으로 바뀌어버리는 병, 이것은 순식간에 각지로 퍼져나가 전국 곳곳에서 사례가 보고된다. 인간이 다른 형태로 변이된다는 믿을 수 없는 일, 이형성 변이 증후군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감염병은 아니나 청년층, 그것도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들에서 주로 발병되었으니 국가로서는 노동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그나마 안심이었으리라.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변이 환자들은 더구나 끔찍한 외모로 가족에게 내처지고 폭행당하고 때로는 살해당했다. 국가는 이 병에 걸리는 즉시 그를 인간으로서 사망처리했고 변이자들은 야생동물처럼 취급되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2세가 되도록 방 안에 처박혀 있던 유이치 역시 변이되었다. 그의 엄마 미하루는 그러나 아들이기에 돌보고자 하였지만 그의 아버지 이사오는 서둘러 아들의 사망신고를 마치고 그를 내다버리려고 든다. 아들을 지킬 사람은 엄마 미하루뿐. 그래도 아들이잖아. 아들이니까, 엄마인 내가 외면할 수는 없다고.​

 

미하루는 변이자들 가족에게 힐링을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물방울회에서 딸아이가 변이된 노노카를 만나게 된다. 노노카는 자신의 딸이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기에 누구나 이 병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반드시 변이된 본인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 더 나아가서는 가정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미하루는 가끔 유이치와 함께 노노카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지만 그것도 잠시 노노카의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 더 이상 교류하지 못하게 된다. 이 와중에 미하루는 꿈인 듯 생시인 듯 혹은 환상인 듯 공상인 듯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아이는 변형된 게 아니라 두 살 무렵 세균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를 떠나 보내고 실의에 빠진 미하루가 여지껏 아이를 놓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가입했던 물방울회도 노노카도 사실은 망상이었던 것!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벌레 모습을 한 유이치의 얼굴이 들어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다 문득 눈을 뜬 미하루. 그런데 유이치가 보이지 않는다. 아들을 찾는 미하루에게 남편이 말한다, 그 병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있었고 미하루가 유이치를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했기에 버렸다는 걸... 이걸 장자가 호접몽이라고 했던가. 대체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생시인가.

 

 

나는 집안의 이물적인 존재라는 느낌. 내가 없어져야 집안 모든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까 싶은 느낌.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느낌. 그리고 증오..​.
나이를 막론하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이 감염병은 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미하루의 삶에서, 노노카의 삶에서 그 해답이 언뜻 비친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적어도 거기에서 발을 멈출 수 있다면, 다른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엄마는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을 끔찍해하고 두려워하며 자신의 안위를 우선순위에 둔다. 하지만 구로사와 이즈미의 "인간에 맞지 않는"의 주인공 미하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아들을 대했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한다. 그녀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인정하지 못한 아들을 끝내 보듬으니 이 역시 카프카가 보여준 어머니와 결이 다르다.

 

엄마는 말이야, 전부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스스로 다 결정하렴.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해. 엄마도 그렇게 할 거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책망하지 않아.
쭉 지켜볼게.

 


취생몽사, 꿈과 현실의 사이를 오가는 유이치의 넋두리는 편견과 차별과 몰인정이 난무하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사람이 이형이 되고 이형이 사람이 되는 세상이기에 누가 절대적으로 옳고 누가 무조건 틀릴 수는 없다. 비일상과 일상은 종이 한 장 차이니까. 그러고 보니 "인간에 맞지 않는"은 그야말로 소중한 것을 소중한 줄 알지 못한 채 먼 데 있는 목표에만 치중하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성하라는 쓴소리를 던지는 소설이 아닌가.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은 인류에게 독선적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사과일지라도, 재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지라도 꾸준히, 이해해주는 날이 올 때까지, 말과 행동으로 계속해서 전하는 수밖에 없다는 가슴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기 전엔 책을 덮을 수 없다. 메피스토상 수상작에 미래야 소설대상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지 않은 구로사와 이즈미의 사회파 미스터리,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인간에 맞지 않는"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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