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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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고발장 기자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근대 사실주의의 대가이다. 그는 당시 사교계와 문학계에 출입하면서 신문과 잡지 등에 많은 콩트오 소설을 발표했는데 20년간 90편의 장편과 중편, 30편의 단편, 5편의 희곡 등의 엄청난 양이었다. 그의 방대한 작품들은 전체성과 유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하에 다시 "인간 희극"이라는 총괄적인 칭호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 소개에 문득 방탄소년단이 떠오른다. BTS의 뮤직비디오가 첫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뮤직비디오가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이루고 있다는 소개를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오버하는 건가^^ 암튼 염세주의자, 회의주의자, 비도덕성, 거친 문체 등으로 그 당시의 대중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그는 전문가들에게는 냉대와 멸시를 받았다. 그 면모를 지난 번 "공무원 생리학"에서도 이번 "기자 생리학"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책은 기자와 언론을 향한 조롱이며 명언이 솟구치는 풍자 문학의 전범이다!'라는 카피가 무색하지 않게 발자크한테 걸리면 속살까지 다 까발려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기자 생리학"이 아닐 수 없다. 발자크는 이 책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전혀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는 저널리즘에 매료되었던 그의 언론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바뀐 것은 자신이 창간한 잡지가 3회만에 파산한 게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때 자신이 저널리즘에 패배했음을 인정하고 그 분노와 원망을 "기자 생리학"에 고스란히 담아낸 것. 특히 저널리즘 세계를 동물 세계라도 되는 듯 품종으로 나눈 것은 어쩌면 참 위험한 일이었을 테지만 '나폴레옹이 할 수 없었던 것을 나는 펜으로 정복하겠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의 강단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두 손 달린 동물 사회의 자연사'라는 표현을 쓰고 문인 종種을 ‘논객’과 ‘비평가’로 분류하고 세분화하니 이러한 분류법 자체가 풍자적 함의인 셈이다.

 


'형편없는 정치인일수록 신문사에서는 최고의 달라이라마가 되어 있다'라며 정치인을 까고 '개념이 없을수록 승승장구한다'고 기자들을 꼬집는다. 또한 오늘날 비평은 단 한가지를 위해 쓰인다. 바로 비평가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명제를 통해 비평가를 저격하고 부르조아에게는 기본적으로 지성이 부족하다며 신랄한 비난을 쏟아내는 발자크. 그의 마지막 발언이 어찌나 인상적인지 또 인용해본다.

 


언론은 여자와 같다. 거짓말을 내놓으면서 그걸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들 때에는 그야말로 감탄이 나오며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구독자는, 그러니까 대중은 부인한테 꼼짝 못하는 남편처럼 멍청하다.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풍자문학이 오늘날에도 먹히는 것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나아진 것 없이 그대로 물려받아 행하는 언론, 조작을 위해 교묘히 펜대를 놀리는 저널리즘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친 발자크의 사회고발서 "기자 생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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