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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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SF 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처럼 책과 세상을 읽는 법!

 

 

 

 

 

 

 

총평: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겁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글을 쓰겠다고 끄적어댔던 나로서는 글을 계속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작가들의 재주가 어찌나 부러운지 모른다. 교지에 글 한 자락 실어본 자로서 어슐러 르 귄의 '상상력'에 대해 말 좀 보태보자면, 모든 픽션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상상하지 않는다면 글로 써낼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감히. 앗, 멈춰! 위대한 작가 앞에서 무슨 똥폼을 잡고 있는 겐지!

 


우선, 자본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출판 시장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화제가 되었던 내셔널 북 파운데이션 메달 수상 연설이 궁금해진다. 관계자들이 씁쓸해했다는 그 연설 내용이 궁금해 잠깐 찾아보니, 결국 좋은 책보단 잘 팔리는 책을 선호하는 출판계의 영업 마인드와 그로써 소외되는 많은 동료 작가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최종적으로 작가들이 지향하는 바가 이익이 아니라 자유임을 단언하고 있다. 일견 이해도 되고 공감도 가는 말이다. 이익 추구는 종종 예술의 지향과 갈등을 빚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굳이 르 귄의 말을 백퍼센트 옹호할 마음도 없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예술은 중단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판사들이야 비열하게 베스트셀러를 추구할지 몰라도, 살아 있는 시인과 소설가 다수는 이득에 대한 욕망보다는, 그럴 여유만 있다면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해도 계속할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에 더 움직입니다. 그 일이란 예술이죠. 뭔가를 잘 만들고, 제대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문학은 아직 놀랍게도 비교적 정직하고 신뢰할 만하답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어슐러 르 귄은 '소설은 학생과 주부,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읽는'것이라든지 '판타지는 모자란 사람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작금의 판타지 작가들이 처한 상황을 내비친다. 이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가르치고 교도한 사회가 아이를 낳자 그 아이를 '사생아'라거나 '적법하지 않은 아이'라고 부르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생계 활동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다른 남자와 혼인하기에도 부적합한 '미혼모'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태도라고 꼬집는다. 결국 소설이나 판타지를 읽지 않는 이들은 상상력, 정신의 필수 도구이며 생각의 본질적인 방식이자 사람이 되고 사람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쓴소리인 셈이다. 그녀의 비유가 어쩜 이리 착착 감겨드는지,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한 데다 귀엽기까지 하다.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는 비보에 그녀는 자꾸만 추가되고 수정되고 혼합되고 누락될 위험성 농후한 전자책이 종이책의 손맛과 진실성을 보존해주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좋아져 전자책과 종이책이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을 비친다.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실제로 읽었던 책이 그녀의 입을 통해 언급될 때마다, 아 저 책이 저렇게 재밌었던가 싶을 정도로 맛나게 솜씨를 발휘하는 어슐러 르 귄. 역시 거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휴고 상 8회, 네뷸러 상 6회, 로커스 상 24회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고 "어스시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SF 판타지의 거장 어슐러 르 귄. 그녀는 세상엔 많은 나쁜 책들이 있을 뿐, 나쁜 장르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말을 읽음으로써 상상력을 활성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이며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임을, 아서가 사랑의 힘으로 검을 뽑듯 부드럽게 주장한다. 2018년 영면한 어슐러 르 귄의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 창작하는 일주일의 기록 등을 모은 산문집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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