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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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열아홉 살 비비안은 모든 과목에서 낙제해 대학에서 쫓겨나고 부모에게서도 쫓겨난다. 그녀가 갈 곳은 고모 페그의 집,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 41번가 릴리 플레이하우스였다. 웅장했으나 허물어지고 있는 그곳에서 비비안은 새로운 삶에 취해 시간을 낭비하듯 살아간다. 쇼걸들과 함께 흥겨운 섹스와 광란의 파티에 빠져 마치 음악과 불빛의 거칠 물결 속으로 도시가 그들을 빨아들이는 느낌으로, 혹은 그들이 앞장서서 도시를 끌고 가는 느낌으로. 눈부신 젊음의 시절을 비비안은 술에 취해 충혈된 눈으로, 피와 땀에 젖어 아무 생각 없이, 깃털처럼 부유하며 지낸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집에서는 절대 몰라야 했다.


하지만 나름의 손재주를 발휘해 무대 의상을 만들며 위태로운 삶을 즐기니, 어쩌면 진정한 <시티 오브 걸스> 공연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녀는 페그와 빌 리가 만든 공연 <시티 오브 걸스>의 남자 주인공 안소니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가진 침묵 속에서 기나긴 대화를 통째로 주고받는다. 유혹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눈으로 던지는 말 없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같다. 그러나 삶에는 얼마나 많은 말이 있는가! 가십은 스스로 만들기도 하는 것, 비비안의 삶은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날개가 꺾인 채 처박히고 만다. 시작되자마자 끝나는 연극 같으니라고!


그 서른여섯 시간 동안 나는 취했고 비뚤어졌고 무서웠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굴러떨어졌고 쫓겨났고 비난을 받았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고, 남자친구를 잃었고, 내가 속했던 사람들, 재미있는 일, 자존감, 그리고 뉴욕을 잃었다. 나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 만신창이가 되어 너덜너덜해졌다.


파국을 피해 오빠에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 비비안. 향수병을 핑계로 집으로 돌아간 '더러운 창녀' 비비안은 얌전히 굴어보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아차린다. 다만 전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 여자 뜻대로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을 뿐. 그리고 이번에도 페그 고모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기꺼이 그녀의 손을 잡은 비비안, 이번엔 미천한 삶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각오로 다시 세계 최고의 메트로폴리스에 입성하는데...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주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슬픈 진실을 배우게 되지. 어떤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도 있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말이야.

 

 

 

 


원래 어른이 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반짝반짝 마냥 빛나는 젊은 시절 그녀에게 다가온 사랑이 최고일 줄 알았지만, 사실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니 놀랄 노자다. 게다가 바람은 안소니만이 아니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솔직한 고백에 회고록 같기도 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시티 오브 걸스". 강렬하고 관능적인 에로스에 빠져 살다 플라토닉러브에 심취한 듯 급선회함으로써 이 모든 게 결국엔 거대한 사랑이라는 결론 지어진, 어쩌면 1940년대 뉴욕의 뒷골목 네인사인처럼 점멸하는 사랑 이야기. 사랑을 추구하는 비비안의 정신 세계는 표지 속 그림과 쨍한 색깔처럼 평생 색 바래지 않을 것 같기만 하다.
드레스의 의상은 꿰매서 만드는 거라면 무대 의상은 설계해서 만드는 거야.
대부분의 결혼 생활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고 그저 연옥과 같은 애매한 상태야.

모두 젊었고, 모두 불안했으며, 그 모두를 사랑했던 한 여자가 생의 마지막에 풀어놓는 인생 편지, “시티 오브 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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