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초대 - 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김경집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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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명사의 초대

 

 

 

 

 

 

사물의 이름은 단순히 명사의 일부가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내 삶에 작용하며, 앞으로도 내 삶과 세상을 이어줄 소중한 이름들이다.

 

오랜만에 김춘수 시인의 <꽃>을 떠올려본다.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저'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되는 꽃. 김경집 저자에게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의 이름은 그저 품사로서의 명사, 명사의 일부가 아니라 그의 삶에 작용하며 그의 삶과 세상을 이어주는 소중한 것들이다. 명사를 이리도 소중히 다뤄주니 나도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한 꼭지 한 꼭지 음미하며 읽어간다. 저자에게 의미 있던 명사가 새삼 나에게도 어떤 의미가 된다. 그저 읽고 지나치기엔 저자가 명사들에 부여한 의미가 참 다정하고 참 아쉽다.

먼저 가까운 곳(近)의 명사들을 만난다. 오르골, 지우개, 라디오, 만년필, 종이, 도장... 그리고 건너가 안(內)을 들여다본다. 양말, 커피, 베개, 안경, 참기름, 와인... 좀 더 멀리(遠) 나아가 또 훑어본다. 감나무, 신호등, 가로수, 우체통, 고속도로 휴게소... 어떤 것들은 과거부터 만나왔고, 어떤 것들은 서서히 사라졌기에 미처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멀어지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지금도 옆에 두어 쓰고 있고, 어떤 것들은 새롭게 다가왔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옆에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저자가 하나하나 풀어놓는 명사의 바다를 떠다니다 보니, 그 명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쓰임새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만큼의 시간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는지 명사에 담긴 역사가 참 새롭게 다가온다.

 

나도 책 좀 가지고 있다고 김경집 저자의 북엔드에서 많은 공감을 표했다. 책장은 늘 정원 초과다. 그러다보면 책상 위에 책들이 쌓인다. 읽은 책들도 책장으로 이송하지 못하고 읽어야 할 책들은 새로 입주하면서 책장의 영토가 잠식된다. 북엔드는 단순히 책이 쓰러지는 걸 막는 도구나 장식이 아니라 책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다고 말하는 저자. 밀리고 쏠려 쓰러질 책을 보듬어 버티게 해주는 북엔드. 이제 전쟁터처럼 변해버려 북엔드의 쓸모가 거의 사라져버린 내 책장과 책장에 꽂힌 책들도 언젠간 이별하고 언젠간 새로운 만남을 거듭하면서 명사로서의 의미를 채워가겠지.

사물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사연이 모두 다르나 그것들이 명사로서 어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모두에게 같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른 후에 나에게 남는 명사는 과연 무엇일까. 김경집의 에세이 "명사의 초대"를 읽으며 내 삶의 일부를 함께 장식할 명사들은 무엇일지 꼽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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