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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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 3번, 정크 스페이스 | 미래도시

 

 

 

 

걸작은 일관성 있는 위성학이며 하나의 오락이며 위장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있음을 애써 과장하는 것, 정크스페이스다. 콜하스는 정크스페이스를 스페이스정크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로 규정했다. 스페이스정크가 우주에 버린 인간의 쓰레기라면 정크스페이스는 지구에 남겨둔 인류의 찌꺼기라는 것! 즉, 정크스페이스는 쓰레기공간으로 규정된 건축물들이다. 미국의 맑스주의 철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네덜란드의 건축가 콜하스의 정크스페이스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 묵시록적 세계에서 우리는 탈출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저자, 참 의식이 흐르는 대로 꺼내놓는다. 정크스페이스가 뭐다, 라고 위에 적었지만 저것이 꼭 맞는 정의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콜하스가 자꾸 줄타기를 하기 때문이다. 건축과 문화 사이에서, 물리적 공간과 추상적 공간 사이에서, 단어와이미지 사이에서 끝없이 극과 극을 오가며 칭찬을 던지는 듯하다가 비난을 흩뿌리고 마침내 결론은 버킹검이다. 도처에서 창궐하는 정크스페이스들을 발견한 콜하스. 박물관, 공항, 학교, 병원, 심지어 뉴스, 방송, 인터넷 속에서도 발견해낸 정크스페이스는 이미 우리의 육체까지 잠식해 들어왔다고 말한다.


이 짧은 텍스트를 굳이 이해해보겠다고 애쓰다 결국 포기했더니 좀 보인다. 렘 콜하스가 대체 뭘 말하고 싶어 저런 광기 어린 글쓰기를 선보였는지, 왜 저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자기 말을 스스로 번복하고 다시 뒤집고 다시 반복하며 마치 망치를 휘두르듯 글을 써댔는지. 하지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건 오직 감이라고 할 밖에!

 

<미래 도시>로 가보니 <정크스페이스>가 왜 저리 정리 안 된 낙서 같은지 좀 더 보인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현대 도시와 건축, 모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쇼핑과 상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렘 콜하스의 <정크스페이스>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제임슨은 콜하스의 <정크스페이스>가 역사로의 탈출을 위해 기록된 것이라고 말한다. <정크스페이스> 그 자체로 포스트모던한 텍스트이며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런 제임슨을 칭찬한다. 나라면 정신 좀 차리라고 휘갈겼을 텐데!

 

도서 소개를 보자니, 미래가 아닌 현재를 예견하는 묵시록적 선언문이란다. 음, 그래. 묵시록적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광기를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역사와 유토피아적 꿈을 담아내고자 했던 건축가는 옛것의 파괴와 끝없는 재활용, 공간의 끊임없는 유희와 재배치를 말하며 중립성의 지옥을 펼친다. 그 공간에서 욕망을 알기 위해 쇼핑을 하는 사람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바로 '정크스페이스'니 우리는 쓰레기더미와 쓰레기 공간에서 쓰레기 아닌 척하며 행복을 찾는 존재겠다.


삐딱하게 말하자면, 나도 렘 콜하스처럼 끝없이 말장난을 벌일 수 있겠다 싶은 기분이 들지만 여기서 멈추며 괜히 승리의 기분을 느껴봐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문학과지성사 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 세 번째 작품 "정크스페이스 | 미래도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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