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뜬 자들의 도시, 포위당하고 차단당하고 둘러싸이다

 

 

 


전에는 백색실명 전염병, 이번에는 백지투표라는 전염병이었다. 비가 오던 어느 토요일, 수도의 사람들이 어떤 조직이나 단체와도 상과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백지투표를 해버렸다.
무효도 아니고 기권도 아니고 백지투표라니, 그것도 70% 이상의 백지투표였기에 정부는 즉각 소집되었다. 13퍼센트의 지지를 얻은 우익이고 9퍼센트를 얻은 중도정당이고, 2.5퍼센트를 얻은 좌익정당이고 가릴 바가 없었다. 모든 정치권은 백색 투표가 대체 무슨 의미인지, 누구에 의해 조직된 것인지를 밝혀야 했다.

 

 


권리란 추상적인 게 아니지요, 존중받지 못할 때도 계속 존재하니까요.
권리는 다른 사람들의 의무, 그 권리를 존중하고 따를 의무 속에 잠재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국민을 위한 조직인 정부는 비밀경찰을 투입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시민들을 무작위로 잡아들여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대고,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다가 결국 저항의 등뼈를 부러뜨리기 위해 복합 철수를 계획한다. 정부를 즉시 다른 도시로 이동하여, 그 도시를 새로운 수도로 삼는 것이다. 수도에 배치 중인 모든 부대와 경찰이 철수함으로써 국민이 나라의 신성불가침의 통일성으로부터 단절되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주자는 것. 그만큼 이 질병을 치명적이라고 규정했음이고 이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떠넘기는 행위였으며 수도를 하룻밤 새에 고아로 만든 조치였음이다. 계엄령 상태에서, 자신의 정부에게 버림받고, 자신의 군대에게 둘러싸인 도시라니! 정부가 음모를 꾸미고 국민이 그 속에 빠지기를 바라는 놀라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목적이 결정되면 수단도 그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자신들의 흠을 가리기 위해서 은폐된 테러 공작을 벌이고 이 와중에 무의미한 죽음이 이어지고 시민들의 추모와 분노와 탈출이 이어진다. 정부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4년 전의 백색실명을 끌어내기로 한다.
4년 전 그 눈먼 상태의 텅 빈 시야와 지금 텅 빈 투표용지를 맹목적으로 던지는 사태 사이의 유사성을 보게 하는 겁니다.
사회라는 건물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벽이 흔들립니다, 기초가 떨립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계획에 화약이라도 던져주듯 정부의 대통령에게 투서 한 장이 배달된다. 백색실명 당시 안과 의사의 부인은 눈이 멀지 않았으며 남편과 한 무리를 이끌었던 일, 인간성을 상실했던 현장에서 도덕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드러나자 정부는 그녀를 백색정치, 백색조직의 수장으로 포장해버린다.

 

아무도 음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사실이 음모가 있다는 증거다. 이 경우에는 침묵이 음모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음모를 확인해주는 증거다.
꿰맞추기식 논리에 꿰맞추기식 정치가 벌어지는 이곳,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도시, 정부도, 보안 부서도, 경찰도 없는 도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은 도시, 이곳에서 뭔지 아주 신비한 일이 벌어진다. 냄비를 만든 사람이 뚜껑도 만드는 거라는 논리 아래 의사의 부인은 백색정치의 우두머리로 포장된 채 일상을 박탈당하고 암살 대상이 되어버리니, 정치는 언제나 코미디 연극 무대였던가!

 

 

 

제안을 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지만 결말을 짓는 것은 신의 일임을 늘 기억해야 지혜롭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인간과 신이 합의를 하여 함께 결말을 지은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비극적이었다.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난무하니, '백색'에 대한 알레르기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버린 이야기! "눈먼 자들의 도시" 4년 후,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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