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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인간성을 시험받다
자 이제 철학과 마법은 그만하면 됐으니, 손을 잡고 계속 살아가도록 해요.
눈이 안 보여. 백색실명은 코로나19처럼 갑작스레 다가왔고 무서운 속도로 전염되었다. 그들에겐 대비할 방도가 없었다. 도시는, 그들의 조상이 살아왔고 그들 자손이 살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그들이 눈이 멀기 전까지 살던 터전은 순식간에 점령당했다. 손을 써야 할 이들도 모두 눈멀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고 눈먼 사람들은 짐승이 되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예정대로 지옥이 다가오는 거예요. 몹시 의아하게도 눈멀지 않은 한 사람은 약탈자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눈먼 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차피 그들이 없다면 그녀도 혼자 남을 터였다. 우리는 결국 공포 때문에 미쳐버릴 거야. 물도 전기도 음식도 끊긴 죽음의 세상,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부른 체제와 가치의 붕괴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도 아닌 실명, 온통 하얗게 변해버리는 백색실명이 전염병임을 알게 되자 정부 당국은 눈먼 자들을 모아 예전에 정신병원이었던 곳으로 수용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들은 무장한 군인들에게 백색 실명자들을 감시하게 하고, 탈출을 꾀할 경우 사살해도 좋다고 말한다. 군인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음식을 건네주고 물품을 전달해주는 등 접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굶어 죽게 내버려두는 게 낫다, 짐승이 죽으면 독도 함께 죽을 것 아니냐. 이것이 군인들의 속내요, 나아가 정부 당국의 속내였다.
질서가 무너진 수용소 내부에서는 이내 식량 약탈과 강간 등 범죄가 자행되고 눈멀지 않은 한 사람은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잘못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용소 내의 악몽을 고스란히 목격한 눈멀지 않은 자는 화재 후 함께 탈출한 눈먼 사람들의 무리를 안내하고 보호하며 희생한다. 짐승들의 우리처럼 변해버린 도시에서 눈멀지 않은 자가 이것 말고 딱히 할 만한 게 없기도 했다. 이런 오만하고 체념적인 판단을 내리다니! 내가 당장 이 세상 모두가 눈멀었을 때 볼 수 있는 단 한 사람일지라도 이런 말을 하고 있을까?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언제까지 인간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인류가 위험에 노출된 지금 이 시국이라 더 몰입해 읽었던 걸까. 20년 전,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력은 어쩌다 여기까지 미쳤을까. 혹시 미래의 주제 사라마구가 타임슬립으로 그 시대에 갔던 건 아닐까. 이런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차치하고, 모두의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는 가상의 설정은 정말 끔찍하다.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인간은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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