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채석장 시리즈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지음, 조만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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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 5번, 무대

 

 

 

 

 

 

'무대'란 무엇인가가, 이들에게 이토록 중요한 문제였구나. 프랑스 철학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는 '무대'라는 개념을 두고 편지로 논쟁을 한다. 대화를 주고받는다, 라고 하기엔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지만 결국 이들은 평생의 친구이자 학문적 동료였으니 그어진 선을 넘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주제는 연극 개념인 무대. 왜 연극 개념인 무대가 이토록 뜨거운 설전을 벌여야 하는지는 철학하고 학문하는 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나는 일반적 독자로서 아, 이게 이렇게 해석하고 융합하면 간단한 걸 왜 이리 융합할 줄 모르고 해석만 하려 드는가 싶었는데, 결국 개념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개념이 정립되면 그로부터 학문이 뻗어나가기에 이 두 사람은 웃으며 칼을 휘두르지 않았나 싶다.

 

장-뤽 낭시는 '오늘날 철학적 작업 속에서 무대에 관한 문제가 여러 주제의 매듭 혹은 교차점을 구성'하므로 연극과 그 무대를 '현전을 현시하는 특권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는 배역과 배우, 텍스트와 공연, 말과 몸처럼 이중성을 지닌 연극의 특성으로 연결되며 더불어 이데아와 현상, 현전과 재현, 진리와 현시, 존재와 현존재 등 철학적 개념쌍들을 불러낸다. 이 모든 개념은 재현, 즉 메미시스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때 낭시가 꺼낸 '옵시스'가 두 사람 사이를 자극한다. 낭시는 옵시스는 '스펙터클'이라 할 수 있으며 '무대에 놓기'라는 의미에서 무대화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필립 라쿠-라바라트는 옵시스를 '형상'과 연결시킨다. '비극은 독서할 때 그리고 무대에서 생생한 힘을 갖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서, '무대에서'란 행위화 즉 무대화 다시 말해서 행위의 재현(미메시스)요 하나의 극적 형식의 현동화라고 보았다.

 


무대화냐 행위화냐라는 용어와 개념의 문제!
필립 라쿠-라바르트는 낭시가 말한 '무대화'라는 용어 대신 '행위화'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그는 비가시적 재현을 거부하기에 미메시스를 다른 뜻으로 정의하고 싶어 한다. 즉, 그에게 미메시스는 현시, 드러남 그 자체이며 무대란 단지 드러남의 자리일 뿐이다. 라쿠-라바라트의 방식에 대해 낭시는 예술의 본질을 건드렸을 뿐 연극이라는 구체적인 장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낭시는 라쿠-라바라트의 방식을 '현시되지 않은 현시'라 부르는데 '현시'라는 말 자체에 대해 두 사람의 개념이 다르니 이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두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


두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들어 말싸움을 벌이다가 말라르메까지 이르니, 철학적으로 깊은 사유를 담은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독서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들의 말싸움이 처음엔 흥미진지했으나 나중엔 이해하기보단 그저 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대한 책이다.


결국 용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개념 해석과 그 개념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적용 한계를 논한 책이다 싶은 책. 문학과 지성사 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 5번째 책 "무대"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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