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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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루리카 가족 소설, 엄마의 엄마

 

 

 

 



갑자기 울컥,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할머니는 20년도 더 전에 돌아가셨다. 대학생이 된 내게 남자친구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하셨으니, 옛날로 치자면 신여성이랄까.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삶에서 꼬부랑 할머니 그 이상은 아니었다.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젊었을 적 일제에 잡혀가 고문당한 후로 평생 바깥 출입을 하지 않은 채 책만 읽던 할아버지를 대신해 대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했던 할머니는 끝내 굽은 허리 제대로 못 펴본 채 치매에 걸렸다. 그제야 할머니를 보살피던 할아버지. 그 속마음이야 짐작도 못할 입장이지만 할아버지 역시 내겐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특히 마지막에 아내의 약을 타러 나간 사이에 사라진 아내를 찾아 비 맞으며 산골짜기까지 더듬으셨다 하니 이리 보자면 나름의 로맨티스트랄까.
하나미의 엄마는 하나미에게 늘 강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하나미의 엄마의 엄마는 하나미의 엄마에게도 하나미에게도 썩 달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 저 사람이 정말로 엄마의 엄마야?

 

 

어느 날 갑자기 하나미 앞에 나타난 비쩍 마른 할머니. 하나미의 엄마는 이 괴팍하고 제멋대로 구는 무례한 노인의 등장에 안절부절못한다. 엄마는 원하지 않았던 엄마. 자신의 엄마에게서 인생을 분리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엄마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다는 하나미의 엄마. 엄마라고 생각하면 괴롭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엄마가 아니라고 치자고 했다고, 그러고 나니 해방된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엄마의 말에 하나미는 문득 엄마의 말을 이해한다. 하나미는 무엇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할머니에게서 엄마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 그 힘이 될 돈을 마련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지 하나미와 그 친구는 첫 시도에서 오히려 납치를 당할 뻔하는데...

 

 

 

 

 

 

 


세 개의 이야기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를 묶은 스즈키 루리카의 소설집 "엄마의 엄마".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이야기 속 주인공 하나미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외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던 외할머니는 버젓이 살아 계셨고 하나미의 엄마는 그 세상에서 벗어나 하나미와 함께하는 세상을 일구었다. 외할머니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태양은 외톨이'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렇게 세 명이 될 뻔했던 가족은 다시 두 명이 된다.
<신이시여, 헬프>에서도 <오 마이 브라더>에서도 그 주제는 가족이다. 각자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 '어떤 입장이 되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때의 괴로운 경험과 과거가 있었던 덕분에 지금 내가 있다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렇게 됐다고, 그 일만 없었어도 이러지 않았을 거라고 원망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간다는 것, 스즈키 루리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생 공부를 해버린 듯, 각각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으면서 흘렸던 눈물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겠다. 그런데 "엄마의 엄마" 역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거지?
이제 고등학생이 된 스즈키 루리카가 그려내는 가족 이야기, 소설집 "엄마의 엄마"이다.

 

 

리딩투데이 신간살롱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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