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깜깜한 무덤 토우의 집

 

 

 

 

 

어린 스파이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진 것들 때문에 울었다. 일 년도 안 된 지난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울었다.

 

 

삼악산 남쪽으로 난 산복도로 옆으로 애벌레처럼 들어선 집들, 그중 우물집 은철이네에 새댁네 식구가 이사를 온다. 마침 은철과 새댁의 둘째 원'은 동갑내기, 은철은 상상력 풍부하고 아는 이야기가 많은 원과 어울리며 마치 새댁네 가족처럼 동화되어 간다.


원과 은철은 어린아이들 특유의 호기심과 자신들만의 정의감으로 뭉쳐 마을 사람들 모두의 비밀을 하나씩 수집한다. 이른바 '스파이'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마을 우물에 빠져 죽은 처녀들의 수가 왜 구십삼인지를 밝혀내고, 마을 사람들의 호칭과 별도로 이름을 알아내고 살아온 이야기를 모은다. 때론 마치 신성한 업무를 행하듯 벽돌을 갈아 만든 독약으로 누군가를 저주하고 벌하고자 한다. 결국 스파이들은 정보통이라는 수다쟁이들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의 세세한 이야기를 알아낸다. 월급이 얼마고 가족사는 어떻고, 심지어 뜻도 알지 못한 사상 이야기까지!


팍팍한 삶이지만 소소한 일상이 유기적으로 흘러가던 중, 어느 날 원이의 아빠 안덕규는 양복 입은 사내들에게 붙잡혀 가고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이 돈다. 마을사람들의 은근한 시샘을 받던 가족이었던 원이네는 이제 간첩 가족으로 몰려 손가락질을 받는다. 한 집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은철네도 마을 사람들의 배척을 받는다. 은철의 엄마 순분이 누리던 작은 권력은 통장인 박가와 그 아내인 통장네에게로 넘어가고 박가는 양복 입은 사내들의 스파이가 되기라도 한 듯 이런저런 정보를 모아 전달한다. 얼마 후 안덕규는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새댁네는 남편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채 실성하고 마는데...

 

 

 

 

 

 

 

아이들이 고른 스파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소설의 결말을 예고하는 것이었을까. 삼벌레고개 어린아이들은 얼핏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해맑아 보이지만 본능적으로 서로 간의 계급과 지리적 차별과 고단한 삶을 아는 채로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왠지 은근하게 그려지던 삶은 안덕규와 그 동지들이 등장하며 팽팽해지는가 싶더나 금철이 은철의 무릎을 깨먹는 데서 한 차례 와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것은 훗날의 사건에 대한 경고,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이 겪는 상처를 암시하는 것이었을까.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는 노래가 갑자기 애달프고 섬뜩하다.


흙으로 만든 것 토우가 되어 땅에 묻힌 사람의 이야기. '빨갱이 본색은 언제든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말로써 인혁당 사건을 겨냥하고 원치 않아도 상처를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네 이웃을 사랑하지 말라'는 현실에 굴복해 '죄와 벌'을 끄집어낸 끝내 초연하지 못했던 어른들. 모두의 삶을 통해 고통과 상실의 현장을 다룬 권여선 작가의 애가, 동리문학상 수상작 "토우의 집"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토우의집 #권여선 #자음과모음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신간살롱 #스파이 #어린아이 #성장통 #동리문학상수상작 #인혁당사건
#북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길 #bookstargram #bookish #booklover #선팔환영 #소통 #공감  #글꽃송이리뷰
​토우의집,권여선,자음과모음,동리문학상수상작,인혁당사건,스파이,성장통,리딩투데이,리투신간살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